넷플릭스 드라마 '악연'을 보고
넷플릭스 '폭싹 속았수다'를 보고 난 후 같은 작가의 작품인 '동백꽃 필 무렵'을 보았지만 진도가 잘 나가지 않았다. 내용도 괜찮고 연기도 좋았지만 하루에 한편이상 보는 것이 힘들었다. 그러다가 아무생각 없이 아파트 엘레베이터에서 넷플릭스 드라마 '악연' 광고를 보고 주말에 기대없이 플레이를 눌렀다.
결론은 총 6부작인 드라마 오후 5시부터 시작해서 새벽 2시까지 정주행했다. 별 기대 없이 봐서 그렇기도 하고 스토리 짜임새가 상당히 치밀해서이기도 했고 출연진의 연기력이 연기가 아닌 실제 인물의 감정선으로 스크린을 뚫고 느껴질만큼 리얼해서이기도 했다.
특히 한편씩 끝나면서 던지는 다음화의 떡밥 연출은 다음화가 넘어가기 전 일시중지를 허락하지 않았고 나는 멍하니 스토리와 그들의 연기에 빠져서 6부가 끝나고 나서야 현실 세계로 돌아올 수 있었다. 이렇게 멍하니 복수가 주제가 본게 얼마만일까 '더 글로리'이후 처음인 것 같다.
사채남으로 나오는 이희준은 찌질한 양아치 그대로의 모습이었고 안경남 역의 이광수는 다양한 예능캐라는 인상이 깊었다가 최근 디즈니플러스의 '노웨이아웃 더 룰렛'이라는 작품속의 흉악범으로 나오면서 그의 어리버리하지만 선한 인상이 뒤바뀔 때의 이중적 모습에 소름 돋았는데 이번 드라마 '악연'에서도 그런 모습을 볼 수 있어 이제 더이상 그의 표정이 마냥 순수해 보이지 않을 것 같았다. 길룡역의 김성균의 인상은 영화 '범죄와의 전쟁'의 양아치와 '응답하라 1994의 삼천포'의 어리버리함과 순수함 사이가 아닌 김윤석이 맡았던 영화 '황해'의 면정학과 비슷하게 중국에서 넘어온 실존 인물로 보일 정도였다. 목격남의 박해수는 존재 자체를 알 수 없이 미약하게 등장을 했지만 점점 더 큰 존재감을 알리며 드라마의 주연을 사채남에서 목격남으로 갈아 치우며 화면을 꽉 채웠다.
그리고 예쁜 배우로 기억하고 있었던 공승연은 그야말로 꼬리치는 여우와 쌩 양아치 사이를 왔다갔다 하는데 도도한 여자친구에서 입만 열면 쌍욕을 하는 양아치까지 원래 공승연이라는 배우가 사실은 양아치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기존과 완전 다른 이미지로 나와서 놀랐고 역할을 잘 소화했다.
드라마를 다 보고 나서야 나는 이 작품이 카카오 웹툰 '악연'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어쩐지 스토리가 좋더라 싶었다. 물론 대부분 웹툰을 실사화 한 작품이 다 성공하는 건 아니지만 웹툰에서 어느정도 흥행하면 어느정도 스토리는 보장된 셈이 아닐까 싶다.
10년 전만 해도 컨텐트 소제가 부족해서 우리나라에서 영화나 드라마를 만들때 일본 또는 미국의 소설과 드라마를 각색해서 많이 가져왔는데 이제는 웹툰 시장에 능력있는 크리에이터들이 들어오면서 다양한 스토리와 연출력 그리고 연기자의 재능이 한국 드라마의 수준과 경쟁력을 끌어 올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뭏튼 각설하고 안 보셨다면 정주행 강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