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공황장애 극복기(뛰어야 산다.)
일본에서 돌아온 나는 일본에서 진행하던 일과 새로운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바빠졌다. 일본에서 느꼈던 외로움은 가족과 함께 있으면서 사라졌다. 대신 혼자 오래 있다 보니 가끔은 집안에서 혼자 있고 싶다는 부작용이 생겼다.
폭풍우가 지나간 것 처럼 가정도 일도 모두 다 안정적으로 바뀌었다. 다만 불쑥 불쑥 찾아오는 예기불안과 공황장애의 공포가 여전히 잔존하고 있었다. 사람들과 회의를 하다가 불쑥 또는 대중 교통을 타고 가다가 불쑥 예기불안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발생했다.
다시금 나는 병원을 다녀볼까 하다가 잠시 고민을 했다. 이렇게 다시 병원으로 가서 약에 의존하게 된다면 다시 공황장애의 공포는 벗어날 수 있지만 일의 대한 예민함이 사라져서 일의 지장을 줄 것이고 또 약이 주는 안정적 효과로 인해 다시 폭식과 과음을 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날 버스로 출근을 해야 할 일이 생겨서 집을 나서다가 시내버스 알림앱의 이제 곧 도착이라는 알림을 받고 헉헉대며 간신히 버스에 탔다가 다시 예기불안이 생겼다. 이런증상을 오래 경험하다 보니 나는 버스에 올라타 자연스럽게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내쉬고를 반복했고 온몸에 흐르는 땀을 자연스럽게 여겼다. 호흡이 안정되자 나는 자리에 앉아서 잠깐 생각했다. 결국 공황장애의 예기불안은 불안을 느꼈을때 과호흡이 핵심인 것 같았다. 그렇다면 과호흡이 자연스러워진다면 어떨까? 그러려면 과호흡 상태에 자주 노출되어야 한다. 과호흡 상태에 가장 빨리 노출 되는건? 달리기이다.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어 만들어낸 솔루션을 한번 나에게 실험을 해보기로 했다. 주말 오후 나는 집 앞 하천 자전거 도로에 나가서 뛰기 시작했다. 50미터가 지나기도 전에 과호흡이 왔고 200미터를 달리니 다리가 아파서 뛸 수가 없었다. 나는 걷다가 뛰다가 하면서 1키로의 걷뛰를 마치고 집에 돌아왔다. 다음날은 300미터까지 쭉 달리고 걷뛰를 하고 1키로를 마치고 집에 돌아갔고 그렇게 반복해서 쉬지 않고 1키로를 뛰게 된 날부터 보름뒤 2키로 다시 보름뒤 3키로 다시 한달뒤 5키로를 뛸 수 있었다. 매일 5키로를 뛰러나가면서 화장실도 걱정이 되었고 불안으로 인한 예기불안도 있었지만 3달가량 꾸준히 뛰니까 숨이 차는 느낌이 어떤건지 알게 되었고 뛰는 동안 항상 과호흡 상태로 예기불안이 오고 과호흡이 와도 내가 지금 내 상태를 이해하고 컨트롤을 하기 쉬워졌다.
10키로를 뛰기 위해 집을 나선 날 나는 어느때 보다 긴장해 있었다. 내가 할 수 있을까? 뛰는 동안 쥐가 올라오면 어떻게하지? 등 각종 불안함이 마음을 휘저었지만 매일 5키로를 뛰었기 때문에 할 수 있다는 긍정적 마인드로 중간에 위기가 있었지만 10키로 달리기를 완료했다. 이런 과호흡에 대한 도전은 달리기 외에도 자전거 업힐 도전으로도 이어졌다. 남산, 북악스카이웨이, 삼막사, 망해암까지 자전거로 올라갈 수 있는 업힐을 오르면 심장이 터질듯한 과호흡을 느낄 수 있었다.
매일 과호흡이 오는 꾸준한 운동으로 나는 어느새 공황장애의 걱정을 벗어날 수 있었다. 공황장애는 평생 같이 가는 거라고 누군가 말했고 나도 완전히 극복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다만 예전만큼 신경쓰고 살지 않고 있고 약도 먹지 않는다. 어느순간부터 예기불안이 사라졌고 다시 예기불안이 온다면 달리기를 했을때의 숨가뿜과 자전거 업힐의 숨가뿜을 생각해도 될 것 같다는 생각에 두려운 생각도 없어졌다.
그래서 혹시라도 공황장애와 예기불안이 걱정이라면 매일 과호흡을 느낄 수 있는 달리기를 추천하고 싶다. 그냥 일상적 달리기로 인한 과호흡은 예민함을 무뎌지게 하고 하루 하루 달리기를 완성하면 성취감이 주는 자신감과 도파민으로 우울증상도 개선되는 것 같다.
<나의 공황장애 극복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