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딩

2025 서울 자전거 대행진(광화문대로와 강변북로를 자전거가 점령하다.)

3시 모모(3PM Momo) 2025. 5. 12. 09:15

출근길과 퇴근길 서울대로의 꽉막힘은 숨까지 막히게 한다. 비가 오는 날 빗소리와 함께 막힌도로의 경적소리는 더 크게 빗소리를 타고 전파된다. 35도가 넘는 여름날의 신호대기를 하기 위해 서 있는 차들을 보면 아스팔트의 지열과 함께 숨이 막힌다.
 
그래서 나는 가끔 소망했다. 꽉꽉 막히는 서울의 거리를 차 없이 질주해보는 그런 소망이 있었다. 그리고 나는 내 소망을 서울 자전거 대행진에서 이루기로 했다. 서울 자전거 대행진은 매년 봄에 서울시에서 주최하는 자전거를 위한 행사로 광화문에서 월드컵 경기장까지 자전거가 다닐 수 있도록 차량을 통제하는 행사이다. 진즉부터 가고 싶었지만 매번 티켓팅에 실패했다가 올해는 다행히 티켓팅에 성공했다.

티켓팅에 성공하니 티셔츠와 마스크팩, 에너지젤 그리고 배번과 책자 정도가 왔다.
 
아침 8시에 출발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는 새벽 6시에 길을 나섰다. 나서면서 성심당에서 산 빵과 스타벅스에 들러서 커피를 챙겼다. 아침 6시 20분쯤 지하철을 탔는데 벌써부터 사람들이 많다. 아무래도 광화문에서 내리면 지하철 출구에 자전거와 사람이 뒤엉킬 것 같아서 4호선 회현역에서 내려서 2키로 가량의 광화문 광장으로 자전거를 타고 달렸다.
 
광화문에 도착하니 벌써부터 광화문은 자전거를 위한 행사장으로 바뀌었다.

 
7천명 가량이 이 대회를 위해서 모였는데 각자 코스프레 플레이를 하듯이 재미난 복장으로 오신 분들도 많고 외국인들도 많았다. 마라톤 대회는 그나마 각자 긴장감이 있었는데 자전거대회는 긴장감을 찾을 수 없었다. 다들 사진찍고 느슨한 축제분위기로 아침부터 들썩 거렸다.
 
나는 중급자 코스에서 8시에 출발을 했는데 초반에는 사람이 많아서 걸어가야 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자전거를 타고 속도를 낼 수 있었다. 오늘만큼은 꽉꽉막히는 광화문 사거리가 자전거에게는 아우토반이 되었고 나는 골전도 이어폰을 끼고 신나는 음악과 함께 달렸다. 도심을 지날때 마다 꽉꽉 막혔던 도로를 봤던 숨막힘과 일요일임에도 불구하고 내 안에 쌓여있는 잠재되어 있는 월요병의 걱정이 날아갔다. 
 
자전거는 어느새 강변북로에 다다랐다. 사람들은 내려서 강변 북로에서 인증샷을 찍느라 다들 바빠 보였다. 나는 브롬톤을 타고 수많은 자전거를 제끼고 나아갔다. 음악의 비트에 맞춰 지치지 않는 나의 몸은 어느새 대회뽕에 단단히 취한듯 했다. 서울에서 주말에 강변북로를 타고 가면 내 마음도 숨이막히고 도로도 숨이막히고 낄려고 노력하는 얌체들과 그 차를 끼워주지 않기 위한 현란한 발기술과 신경쓰임을.... 그런 숨막힘 없이 적어도 오늘만큼은 이 답답한 강변북로가 나에게는 자전거 아우토반이었고 월드컵 경기장이 보이는 표지판이 보였을때 내 취한 모습이 끝이 난다는 생각에 아쉬움이 컷다. 지금껏 내가 자전거를 타면서 골인지점까지 이렇게 아쉬운 자전거 라이딩은 처음이었다.

 
월드컵 경기장에 도착하니 도착한 기념품과 메달을 나눠줬다. 나는 기념품과 메달을 챙기고 대회 협찬사 부스는 브롬톤 부스만 돌아보고 바로 집에 돌아가기 위해 한강으로 나섰다. 한강에 들어서서 나는 성심당에서 산 쏘시지 빵과 커피를 한잔했다. 또다시 마음속의 여유가 생기고 일주일을 열심히 살아갈 힘을 충전했다.

한강에서 집까지 자전거를 타고 들어와서 오늘도 승리의 메달을 기념했다. 일요일 새벽에 일어나는 것은 귀찮지만 왠지 내년에도 자전거 대행진은 티켓팅 성공하면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