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일런트 게이트웨이(창작 웹소설)

사일런트 게이트웨이 제 1장

3시 모모(3PM Momo) 2025. 2. 9. 08:05

제1장. 프롤로그: 하늘의 굉음

 

유럽의 어느 작은 왕국 변방. 해가 뉘엿뉘엿 지려는 무렵, 파수꾼이 지키던 성곽 위에 거대한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몽골 군대—동쪽 끝에서 몰려왔다는 전설적인 기마부대와 투석기의 위용은, 이미 주변 도시들을 손쉽게 무너뜨렸다는 소문과 함께 공포로 다가왔다.

철제 갑옷을 걸친 기사들, 수십 대의 대형 투석기를 준비한 왕국의 군사들은 저마다 창과 방패를 움켜쥐었으나, 다들 한 가지 사실을 뼈저리게 실감하고 있었다.
‘이 방어전으로는 어림도 없겠군.’

성 외곽에 진을 친 몽골군은 상상을 초월하는 기동력과 조직력으로 금세 요새를 포위했다. 이미 몇 차례 소규모 교전에서 기사들이 크게 패배했고, 화살비를 쏟아부은 몽골 궁수들과 맹렬한 돌덩이를 쏘아대는 투석기가 합세하면 성벽이 언제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았다.

왕은 전쟁 의지를 잃어버린 듯 보였다. 가느다란 초췌한 손가락으로 왕좌를 움켜쥐고, 옆에서 전황을 보고하는 장수를 멍하니 바라볼 뿐이었다.
“폐하, 더는 버티기 어렵습니다. 몽골군은 투석기를 전면에 배치하여 내일 새벽 첫 공격을 감행할 듯합니다.”
장수의 목소리는 애써 차분했지만, 누구나 말끝에 깃든 절망을 느낄 수 있었다. 왕을 호위하는 근위병들의 눈빛 역시 이미 승산을 잃은 사람들의 것이었다.

“곧 성문이 열려 몽골에 항복하는 꼴이 되겠지.”
“저들은 약조 같은 건 믿지 않을 테니… 이 도시는 이제 끝이오.”

성과 시내를 연결하는 다리 위에는 피난을 미처 떠나지 못한 시민들이 울부짖고 있었다. 아이를 안은 어머니부터 노인과 행상인까지, 모두가 절망에 젖어 있었다.
흐린 하늘 아래, 횃불 불빛만이 흔들리는 이 도시의 밤은 너무나 길고 잔혹해 보였다.

“공격—!”

새벽이 오기 전에, 몽골군은 예고대로 기습을 감행했다. 투석기는 거대한 바윗덩어리를 성벽으로 내던졌고, 곳곳에서 파편이 튀며 성벽 일부가 무너져내렸다. 기마병들은 빠른 속도로 돌진해 들어오며, 성벽에 붙은 사다리를 타고 올라왔다. 화살은 비처럼 쏟아졌고, 성벽을 지키던 기사들과 병사들이 하나둘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공포와 아비규환 속, 항전하던 병사와 기사들의 절규가 성 안에서 울려 퍼졌다. 왕은 지하 어딘가에서 식은땀을 흘리며 전황을 듣고 있었다.
“더는… 더는 안 돼! 망했다!”
분노와 절망이 담긴 목소리만이 메아리쳤다.

그때였다.

성 밖 몽골군 진영 위로 벼락 같은 굉음이 울려 퍼졌다. 마치 구름을 가르며 떨어지는 하늘의 포효 같았다. 몽골군은 아직 기세등등하게 전진 중이었는데, 갑자기 말들이 불안하게 앞발을 들썩이며 비명을 질렀다. 이 기괴한 소리는 투석기에서 날아오는 돌덩이가 아니었다.
하늘 위, 흐릿한 새벽빛 속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비행 물체가 날고 있었다—거의 새처럼 날렵해 보이지만, 신기하게도 프로펠러가 윙윙거리는… 전혀 본 적 없는 모습이었다.

“무… 무슨 마법인가!”

몽골군 진영에서 지휘하던 장수가 놀라서 고함을 질렀다. 병사들은 하늘을 가리키며 동요하기 시작했다. 화살을 쏘기엔 너무 높았다. 게다가 가만 보니, 하늘을 가르는 그 소리는 천둥이 아닌, 금속과 바람이 부딪히는 거센 굉음. 드높은 하늘을 누비는 그 물체는 마치 하늘 위의 맹수처럼 군단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순간, 그 비행기가 맹렬한 속도로 몽골군 진영 위를 지나가더니, 둥~둥! 하는 연이은 폭음과 함께 섬광을 터뜨렸다. 몽골 병사들은 방패를 들어 몸을 가리거나 말을 질주시키며 뿔뿔이 흩어졌고, 전열이 급격히 무너졌다.

순식간에 공포가 전 장병에게 퍼졌다. 그저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하늘에서 몰려온다고만 느끼고, 어떤 방식으로 공격하는지조차 알 길이 없으니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아수라장이 된 진영 곳곳에서 투석기는 불길에 휩싸였고, 멀리서 쏘아대던 몽골의 신호등도 갑작스러운 공격에 파괴되었다.

“저것은 무엇이냐!”
성벽 위에서 간신히 숨을 고르던 기사들도 하늘을 올려다보며 혼란에 빠졌다.
그러나 곧 묵직한 투석기 소리 대신, 드르륵거리는 소리와 울부짖는 몽골군의 비명이 교차하며 들려왔다.

결국 몽골군은 더 이상 진군하지 못하고 후퇴를 결정했다. 기마병들은 황급히 말에 올라타거나, 벌써 뒤집혀진 수레를 버린 채 달아나기 시작했다. 일부 병사들은 공포에 질려 말을 잃은 채 뒷걸음질쳤다.

“물러서라!”
지휘관들의 성난 외침과 혼비백산 달아나는 병사들의 울음소리, 그리고 하늘 위의 굉음이 뒤엉킨 새벽녘은, 이 왕국 역사상 가장 초현실적인 광경이었다.

성안의 병사들과 시민들은, 느닷없이 찾아온 “하늘의 구원자” 같은 존재에 그저 얼어붙은 채였다. 피를 뒤집어쓴 기사 하나가 털썩 주저앉으며 탄식했다.
“…하늘이, 우리를 버리지 않았어….”

왕은 전령을 시켜 이 초자연적 현상을 직접 확인하라 명했지만, 어떤 누구도 설명할 수 없었다. 단지 **하늘에서 벼락 같은 함성과 불빛을 뿜어내는 ‘무언가’**가 나타났고, 무서운 몽골군이 감히 맞서지 못하고 퇴각했다는 사실만이 분명했다.

성벽에 기대어 간신히 목숨을 부지한 병사들과 기사들, 두려움에 떨던 시민들은 서서히 제정신을 찾으며 서로를 부둥켜안기 시작했다.
“살았다… 정말로 살았다!”

그저 하룻밤 사이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 몽골군의 철통 같은 포위와 압도적인 기세가 무색하게, 정체불명의 ‘비행 기계’가 등장하자 전세가 일순간에 뒤바뀐 것이다.

그러나 누구도 알지 못했다. 하늘에서 내려온 비행체가 어떤 이들인지, 왜 여기까지 날아왔는지, 그리고 이 기적 같은 상황 뒤에는 또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을지—
이제 막 눈앞에 펼쳐진 새로운 시대의 서막이, 이 성벽 위에서 힘겹게 여명을 맞이하는 사람들의 심장을 요동치게 만들고 있었다.

 

(다음 장에 계속..)

 

<내가 만드는 제국 1장 프롤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