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일런트 게이트웨이(창작 웹소설)

사일런트 게이트웨이 제 4장

3시 모모(3PM Momo) 2025. 2. 12. 08:53

제4장. 목포에서 제주로

 

트럭 엔진이 낮게 울리는 소리와 함께 하민은 목포항에 도착했다. 전세 화물선이 대기 중인 부두는 전쟁의 여파로 예전만큼 활기차지 않았다. 항구 곳곳에는 녹슨 컨테이너와 버려진 선박 잔해들이 보였고, 그 사이를 오가는 사람들의 표정은 무거웠다. 마스크와 방독면을 쓴 인부들 틈에서, 하민은 자신의 거대한 트럭을 지켜보고 있었다.

 

하민의 트럭은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었다. 그것은 하민의 모든 계획과 미래를 향한 희망을 실은 이동식 요새였다.
차량 내부에는 모듈형 마이크로 원자로가 탑재되어 있었고, 여기에 추가적으로 태양열 보조 충전 장치도 설치해 극한의 환경에서도 에너지 공급이 가능하도록 설계했다.

 

남은 공간에는 하민이 준비한 옵티머스 12대, 대용량 3D프린터, 그리고 여러 가지 예비 물품들이 가득 실려 있었다. 트럭은 방탄 소재로 개조되었으며, 바퀴는 펑크 방지 특수 소재로 만들어졌다. 또한, 구조물 파괴용 장비까지 탑재되어 있어 장애물을 밀어붙이고 진로를 개척할 수 있었다.

 

하민은 이 거대한 트럭을 바라보며 안도감을 느꼈다. 전쟁으로 인해 황폐해진 세계에서 생존을 위한 마지막 수단이 바로 이 트럭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단순히 생존을 넘어 과거로의 여정을 시도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이 그의 계획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애월에 사일런트게이트웨이가 정말 있을까?”

하민은 AI 시스템인 타노스와의 대화를 떠올리며 조용히 중얼거렸다. 타노스는 그가 지금까지 모든 자산과 기술을 총동원해 만들어낸, 인공지능 기반의 온디바이스 시스템이었다. 모든 데이터와 시뮬레이션은 디바이스 내부에 저장되어 있어, 통신 불안정 상황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옵티머스 12대의 AI도 타노스를 기반으로 통제되고 있었다.

 

그는 제주도 애월 창고라는 좌표가 찍힌 곳에 사일런트 게이트웨이가 실제로 있을지 알고 싶었다. 물론 지금으로선 확신할 수 없었지만, 그동안 타노스와의 분석과 자료를 토대로 보면 시도해볼 가치가 충분하다는 점과 핵공포로 살아남기 힘들다는 절망에서 그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냥 이렇게 죽음을 기다릴 바에야 뭐라도 해보는게..."


배에 트럭을 실은 후, 그는 선실로 올라가 조용히 창밖의 바다를 바라봤다. 하늘은 여전히 짙은 잿빛이었다. 전쟁과 기후파괴로 인해 바다는 더 이상 푸르지 않았다. 그것은 단지 흐린 하늘 때문만이 아니라, 바다 깊숙이 스며든 독성과 오염 때문이었다.

 

“타노스, 네가 말했듯 타노스의 생각이 옳았을지도 모르겠군.”

그는 홀로 고개를 끄덕였다. 영화 어벤저스의 타노스가 주창했던 균형의 필요성을 떠올리며, 그 생각이 전혀 비현실적인 이야기가 아니었음을 실감했다. 전쟁과 폭력, 과도한 욕망이 세상을 이렇게 황폐하게 만든 것을 보며, 하민은 인류 스스로가 자멸로 향하는 길을 선택했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하민이 준비한 마이크로 원자로와 옵티머스 12대는 원래 3차 세계대전 속에서 생존을 위한 벙커 생활을 염두에 둔 장비들이었다. 최소 몇 년간 스스로 자급자족할 수 있을 만큼 준비했지만, 시간이동이 가능하다면 이제 이 장비들은 필요 없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조금은 허탈해졌다.

 

타노스는 이미 하민의 질문에 답을 준비하고 있었다. 하민은 타노스에게 물었다.
“타임슬립이 성공한다면 과거 어느 시점으로 가야 가장 효과적일까?”

타노스의 답변은 예상대로였다.


“산업혁명이 일어나지 않은 한국으로 돌아가 산업혁명을 시작하려면 최소 60~80년이 필요할 것입니다.”
타노스는 이유도 상세히 설명했다. 석탄을 원료로 한 증기기관을 개발하려면, 먼저 풍차나 물레방아를 이용한 수력 발전을 거쳐야 하고, 석탄 채굴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고 했다. 또한, 정밀 공학과 금속 가공 기술의 기초를 쌓는 데도 시간이 걸릴 것이라 말했다.

하민은 이 긴 시간이 걸릴 계획을 10년으로 단축할 방법을 찾으라고 타노스에게 지시했다. 그러자 타노스는 잠시 침묵한 후 답했다.


“매우 어려운 도전입니다. 하지만 현재 가지고 있는 마이크로 원자로와 옵티머스, 3D프린터 등의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면 가능성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아직 우리는 타임슬립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가설만 있지 지금 내가 소유하고 있는 모든 것을 가져갈수 있는지는 모르니까 만약 가져갈 수만 있다면... 어쩌면 과거시대의 산업혁명을 10안에 이룰 수도.... 하지만 동력과 물리적인 힘은 확보할 수 있다고 쳐도, 문제는 통신이야.”

 

타노스는 곧바로 다음 문제를 제기했다. 산업혁명을 성공적으로 일으키려면 사람들을 설득하고 조직화할 수 있는 체계적인 통신망과 전달 방식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그 당시의 사람들과 대화하고 설득하는 방법부터, 효율적인 통신 수단을 마련하는 것이 과거 사회를 변화시키는 데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니 말대로 매우 어려운 도전이군...." 그나마 절망적인 시대에 이런 상상을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하민은 잠시 행복해졌다. 

 

배는 제주를 향해 천천히 나아가고 있었다. 하민은 선실 안에서 트럭에 실린 장비들과 계획을 점검하며 스스로에게 다짐했다.

“가능성이 단 1%라도 있다면 붙잡아야 해. 어차피 전세계의 멸망은 예정되어... 실패하더라도 시도해보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을 테니까.”

 

그는 제주도에 도착하면 타노스와 애월 창고 부근에서 다시 한번 세부 계획을 논의하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제주로 향하는 내내 과거로 돌아가서 어떤 전략으로 사람들을 설득할 것인지, 통신과 식량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그리고 과연 10년 만에 산업혁명을 이끌어낼 방법은 무엇일지—이 모든 질문에 자문자답을 하며 불안함과 설레임에 마음이 복잡했다. 

 

 

(다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