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일런트 게이트웨이 제 5장
제5장. 사일런트 게이트웨이
제주도는 육지와 떨어져 있어서 전쟁의 피해가 적었다. 방독면도 벗고 생활 할 수 있었으며 시설도 폭격을 맞지 않아서 건재했고 사람들은 전쟁종식을 기대하며 평상시 보다 2배 높은 가격에 생필품 거래를 하고 있었다. 하민은 제주의 흐린 하늘 아래, 바닷바람에 실린 짠내가 미세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하민의 시선은 애월의 산길을 따라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사일런트 게이트웨이. 그것은 단순히 좌표에 불과한 이름이 아니었다. 하민의 모든 계획, 그의 인생에서 가장 큰 도전이 이곳에 달려 있었다.
하민이 트럭을 몰고 좌표에 도착했을 때, 예상보다 훨씬 철저한 보안 시스템과 마주했다. 입구에는 1급 군사 시설이라는 경고문과 함께 무장한 군인들이 삼엄하게 경비를 서고 있었다. 사일런트 게이트웨이는 단순한 실험 시설이 아니라, 국가 차원의 최고 기밀이 담긴 장소였다. 그는 즉시 차를 돌려 후퇴했다. 무모하게 접근하기에는 리스크가 너무 컸다.
하민은 트럭을 베이스캠프로 삼아, 며칠간 정밀한 준비를 시작했다. 하민의 전략의 첫 단계는 감시였다. 그는 12대의 옵티머스 중 일부를 작업복을 입힌 인부로 위장시켰다. 위장한 옵티머스는 건물 입구 근처를 지나가며 적외선 투시를 통해 건물 내부를 스캔하기 시작했다.
“타노스, 입구 구조를 분석해. 경비 병력의 배치를 정확히 파악해야 해.”
타노스의 차분한 음성이 응답했다.
“감시 카메라 6대. 입구마다 움직임을 탐지하는 센서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군인들은 2인 1조로 24시간 교대 근무 중입니다.”
하민은 드론도 준비했지만, 그 사용은 보류했다. 건물 위쪽에 설치된 전파 교란 장치와 방공 시스템으로 드론이 발각될 가능성이 높았다. 대신 옵티머스와 원거리 관찰 장비를 사용해 건물 외곽을 철저히 조사했다. 이틀간의 관찰 끝에, 그는 시설의 보안 패턴과 출입 동선을 대략적으로 파악할 수 있었다.
감시를 통해 외부 정보를 충분히 수집한 하민은 다음 단계로 디지털 공격을 준비했다. 사일런트 게이트웨이는 군사 수준의 강력한 방어벽을 자랑했지만, 그에게는 AI 타노스와 그의 해킹 경험이 있었다.
“타노스, 네 차례야. 시설의 네트워크를 침투하고 내부 데이터를 가져와.”
타노스는 즉각 작업에 들어갔다. 여러 겹의 방화벽과 암호화된 데이터가 그의 앞을 가로막았지만, 그는 양자칩 기반 연산 능력을 활용해 이를 하나씩 해독해 나갔다.
몇 시간의 집중적인 해킹 끝에, 그는 사일런트 게이트웨이의 핵심 데이터를 확보했다. 그것은 단순한 시설 설계도가 아니었다. 양자역학을 활용한 시공간 뒤틀림 이론, 그리고 타임워프 기술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였다.
타노스의 분석 결과, 사일런트 게이트웨이는 양자역학 이론을 바탕으로 설계된 시공간 이동 장치였다. 해당 시설의 중심에는 타임마스터라고 불리는 장치가 있었으며, 이를 통해 과거로만 타임워프가 가능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미래로의 이동은 불가능하지만, 특정 시점의 과거로는 갈 수 있습니다. 단, 사일런트 게이트웨이는 엄격히 통제되며, 타임마스터를 작동시키기 위해서는 두 명의 박사의 동의가 필요합니다.”
타노스가 덧붙였다.
“키를 가진 박사는 두 명. 마이클 김과 이진영 박사입니다. 각각 50대의 미국 국적 물리학자와 30대의 저명한 한국 물리학자입니다.”
그는 자료를 더 분석하며 보안 시설의 구조와 설계도를 확보했고 마이클 김과 이진영 박사를 조사했다. 마이클 김에 대해서는 아무리 조사를 해도 자료가 검색되지 않았다. 다만 그가 미국국적이며 H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굴지의 글로벌 빅테크 K사 소속이라는 것 밖에는 찾을 수가 없었다. 이진영박사는 10대부터 천재로 미국 조기유학을 통해 H대 박사를 취득하고 미국방부 소속으로 뽑혀 2년전까지 미국 텍사스에서 일하다가 한국 국방연구소로 파견되어 제주에서 일하고 있고 가족은 없으며 모모라는 애견을 키우고 있다는 정보가 그가 조사한 내용이었다. 그는 두 박사와 대화를 하기 위해 그들의 동선을 추적하기로 결심했다. 타노스는 CCTV 데이터와 옵티머스의 감시 기록을 분석하여 박사들의 이동 경로를 예측했다. 이진영 박사는 애견을 돌보기 위해 기지에서 출.퇴근을 하는 것으로 보였지만 마이클은 건물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며칠 후, 하민은 이진영 박사가 시설을 떠나는 모습을 포착하고 따라 붙기로 했다. 그녀는 자율주행 차량을 타고 주택가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그는 그의 트럭이 아닌 제주에서 별도 렌트한 차량에 올라 그녀의 차를 따라갔다.
“타노스, 이진영 박사가 이동하는 경로를 분석해.”
“목적지는 주거 지역으로 보입니다. 차량은 일정 속도로 이동 중이며, 감지된 장애물은 없습니다.”
하민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그녀를 추적했다. 그녀는 한 아파트 단지 앞에 차를 세우고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하민은 아파트 입구에 멈춰 섰다. 그녀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갈 때를 기다리며, 그는 스스로에게 질문했다. “지금 그녀를 직접 만나야 할까? 아니면 계획을 더 준비해야 할까?”
하지만 고민할 시간이 길지는 않았다. 그녀가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복도를 걸어가는 순간, 하민은 결심했다. 기회는 지금뿐이었다.
하민은 그녀가 아파트 현관문을 열기 직전, 서둘러 다가갔다.
“잠시만요, 박사님.”
그녀는 순간적으로 경계하며 뒤를 돌아봤다.
“누구시죠?”
하민은 두 손을 들어올려 자신의 의도를 보여주려 했다.
“안심하세요. 위협하려는 게 아닙니다. 중요한 이야기가 있어서 왔습니다. 박사님, 사일런트 게이트웨이에 대해 알고 있습니다.”
그녀의 동공이 흔들렸다. 하지만 그녀는 곧바로 침착함을 되찾았다.
"사일런트 게이트웨이라니 그게 뭐죠?"
"저는 타임마스터를 박사님과 마이클 박사님의 승인이 필요하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그녀는 놀란 눈으로 하민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당신, 그 시설에 대해 어떻게 알고 있죠? 군사 기밀입니다.”
하민은 짧은 한숨을 내쉬고 말을 이었다.
“지금은 잠시 전쟁의 포격이 그쳤지만 제주도에도 미사일 포격이 언제 떨어질지 알 수 없습니다. 우리모두 오늘이 마지막날일지 알 수 없습니다. 죽기 전에 사일런트게이트웨이를 한번 작동해 보시지 않겠습니까? 저는 이미 사일런트게이트웨이의 존재를 알고 이곳으로 왔습니다. 그리고 최근 사일런트게이트웨이가 최종 실험을 앞두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걸 어떻게....."
"사일런트 게이트웨이, 타임워프, 그리고 타임마스터. 사일런트 게이트웨이의 컨트롤은 박사님이 쥐고 계시지 않습니까? 저는 사일런트 게이트웨이의 작동방식을 보며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충분히 이해했습니다. 저를 실험체로 써 주실 것을 부탁 드립니다.”
그녀는 그를 날카롭게 쏘아보았다.
“당신이 누구인지 모르겠지만, 경비를 호출하기 전 그만 돌아가세요.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하지만 하민은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한 걸음 다가서며 그녀의 정보에서 애완견이 생각이 났다.
“박사님, 혹시 스스로 사일런트 게이트웨이의 실험체가 될 생각은 아니시죠? 박사님은 마지막 날까지 무언가 지킬 것이 있지 않나요?"
그녀는 잠시 망설였다. 하민이 그냥 던진 말이었는데 그녀가 반응을 한 것이다. 하민은 왠지 모르게 본인의 감이 맞다는 더 밀어 붙이자고 생각하고 말을 덧붙였다.
“박사님이 사일런트 게이트웨이에 최종실험체가 되시려고 하나요? 그거 대신 제가 하면 안 될까요 만약 실험이 실패하더라도 저는 박사님을 원망하지 않을 것이고 성공 한다면 박사님이 사일런트 게이트웨이를 통해 하실 일을 제가 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녀는 그를 다시 뚫어지게 쳐다 봤다.
"사일런트 게이트웨이는..... 매우 불안정합니다. 성공확률이 5%미만이예요 그 이야기는 95%확률로 당신이 죽는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런 이야기를 듣고도 당신은 도전 해 볼 생각인가요? 솔직히 저도 망설여집니다. 제가 프로젝트를 주도한 사람으로 누구보다 실험결과를 알고 싶지만 5%의 가능성에 모두 거는건 무모한 도전이라 생각합니다. 아뭏튼..."
그녀의 눈빛에서 망설임이 느껴졌다. 하민은 순간을 놓치지 않고 말했다.
"저는 현생에서 잃을 것이 없습니다. 그리고 만약 제가 5%의 확률로 성공한다면.... 저는 지금의 2030년을 절대 이런 모습으로 만들어놓지는 않겠습니다. 그리고 지금 전쟁에 위협에서 언제 죽을지 모르지만 그래도 실제 실험 전까지 살아남으셔야 박사님은 박사님의 프로젝트 결과를 보시지 않을까요? 누군가가 실험체가 되어야 한다면 제가 지원하고 싶습니다."
그녀는 조금 진지한 모습으로 하민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다음 장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