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탐구
이성, 합리, 법리에 대한 지나친 신뢰와 확증편향이 왜 소위 엘리트 계층에서 자주 발생하는가?
3시 모모(3PM Momo)
2025. 3. 10. 08:46
‘이성(理性)·합리(合理)·법리(法理)’를 중시하며 학업 성취도가 높은 사람들, 혹은 이른바 ‘엘리트 계층’이라 불리는 집단에서는 특정한 사회 현상이나 상황을 직시하는 데 있어 오히려 맹점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대표적으로 현실 속에서 감정적·집단적 흐름, 비이성적 폭발 등을 간과하는 경향이 나타나는 것이죠. 이는 다음과 같은 여러 가지 심리·사회적 요인에 의해 설명될 수 있습니다.
1. 인지적·교육적 배경에서 비롯되는 확증편향
- 전문 영역과 추상화된 사고방식의 한계
- 엘리트 계층 또는 ‘공부를 잘한다’고 평가받는 사람들은 어릴 때부터 주어진 문제를 ‘합리적·논리적 방식’으로 해결하는 데에 익숙해집니다.
-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어진 정보 중 논리적으로 설명 가능한 요소를 중시하고, 주어진 정보나 경험적 근거에서 벗어난 직관적·감정적 단서를 배제하는 성향이 커질 수 있습니다.
- 이러한 태도는 어떤 측면에서 전문성을 높여주지만, 추상화된 이론 체계에 과하게 의존함으로써 실제 사회에서 일어날 수 있는 ‘비이성적이고 폭발적인 사건’을 예측하거나 중요하게 보지 못할 위험이 있습니다.
- 교육 과정에서의 보상 구조
- 학교 및 사회에서는 문제를 논리적으로, 규범적으로 맞게 해결하면 높은 평가를 해 줍니다.
- 엘리트 계층은 이러한 과정을 반복적으로 거치며 “논리적으로 맞춰놓으면 현실도 그렇게 흘러갈 것이다” 라는 기대(확증편향)에 익숙해집니다.
- 일종의 프레임(틀) 안에서 교육과 평가를 받으면서, 그 틀을 벗어난 관점(감성, 집단 심리, 정치 권력의 극단적 행사 등)은 무시되거나 과소평가될 수 있습니다.
2. 사회·심리적 환경
- 같은 배경을 공유하는 집단 내부에서의 ‘합의’
- 유사한 교육 수준과 비슷한 가치를 지닌 사람들끼리 모여있으면, 그 안에서 형성된 ‘합리성’ 이 곧 절대적 진리처럼 간주되기 쉽습니다(집단사고, 집단 내 편향).
- 특히 사회·경제적으로 엘리트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경우, 자신들의 방식이 ‘정답’이라는 확신이 더 강해집니다.
- 이러한 집단은 외부와의 연결고리가 약하거나,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을 쉽게 ‘비합리적’이라 치부하여 대화 자체를 배제하기도 합니다.
- 사회적 성공 경험에 대한 자기확신 강화
- 엘리트들은 일반적으로 성취 경험이 많기 때문에, 자신들의 판단과 방식이 옳았다는 것을 여러 성공 사례로부터 학습해 왔습니다.
- 이렇게 오랜 시간 축적된 성공 경험은 “나는 옳은 판단을 내리는 사람”이라는 자기확신으로 강화되어, 새로운 외부 변수(대중의 감정적 폭발, 권력의 강압적 조치 등)에 대한 대비가 부족해집니다.
- 전문가 ‘권위’의 그늘
- 특정 분야에서 뛰어난 전문성을 인정받는 동시에, 본인이 속하지 않은 영역(심리, 사회운동, 군사 쿠데타 혹은 계엄령 발동 가능성 등)에 대해서는 피상적인 지식만 갖고 판단할 때도 많습니다.
- 하지만 사회는 다차원적입니다. 법률적 또는 경제적 분석만으로 모든 일을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 전문가로서의 권위가 높을수록, 다른 차원의 정보 (감정선 동원, 정치 공작 등)를 경시하거나 “논리적으로 불가능한 일”로 치부하기도 합니다.
3. 감정과 집단 심리가 일으키는 실제 영향
- ‘합리적 판단’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사건들
- 대규모 시위, 돌발적 폭력, 권위주의 정권에서의 급작스런 정치적 변화(계엄령 같은 극단 조치) 등은 정서적 폭발, 집단 심리가 크게 작용하는 대표적 사례입니다.
- ‘공부를 잘하는 방식’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사회가 “합리적 결론” 쪽으로 갈 것이라 기대하기에 폭력적·극단적 상황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곤 합니다.
- ‘감정’이 정책과 제도를 뛰어넘을 때
- 언뜻 비합리적으로 보이는 정책이나 결정이, 해당 순간의 정치적·사회적 정서에 의해 실제로 강행되는 사례는 국내외 역사에서도 흔히 관찰됩니다.
- 그러나 감정이 뒤섞여 폭발적으로 작동하는 상황을, 법리적·합리적 계산만으로는 예측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따라서 가능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다가, 막상 사건이 터지면 크게 놀라게 되거나 대응에 실패하게 됩니다.
4. 왜 이러한 편향을 극복하기 어려운가?
- 지적 위계에서 기인한 폐쇄성
- 엘리트 집단은 여전히 주류 지식·전문성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비주류적 시각(군중심리학, 대중선동, 극단 정치학 등)을 다룰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거나’ 혹은 ‘배제’해 버리기도 합니다.
- 이러한 구조에서 당사자들이 능동적으로 다른 시각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확증편향은 계속 강화됩니다.
- 가치 판단 vs. 현실 예측 간의 혼동
- “계엄령 같은 극단 조치는 ‘정상적인’ 사회라면 일어나서는 안 된다”라는 ‘가치 판단’과,
- “계엄령이 실제로 발동될 수 있다”라는 ‘현실 예측’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 하지만 엘리트들은 종종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이 ‘일어날 가능성은 없을 것’이라는 결론으로 이어지는 오류를 범하기도 합니다. (should-be와 could-be의 혼동)
- 합리성 중심으로 학습된 문제 해결 태도
- 지식 정보가 많은 사람일수록, 문제를 객관적 수치나 논리에 의해 해결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 그러나 감정과 집단 심리는 그런 합리적 모델로는 포착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아, 현실과의 괴리가 생깁니다.
5. 어떻게 극복 할 수 있을까?
- 학제 간 융합적·통합적 접근
- 사회 현상을 이해할 때, 법학·경제학·정치학 뿐 아니라 사회학(집단 심리), 심리학(감정 이론), 역사학(과거 사례) 등을 아우르는 다각적 접근이 필요합니다.
- 엘리트 교육에서도 단순한 법리·논리 교육에 그치지 않고, 대중심리, 군중행동의 역사를 깊이 있게 가르치는 것이 중요합니다.
- 비판적 성찰과 탈(脫)자기확신 훈련
- 어떤 결론에 대해 “내가 옳을 것”이라기보다, “반대의 상황이나 예외는 없을까?”라고 끊임없이 반문해야 합니다.
- 메타인지(meta-cognition) 능력을 통해 자기 사고 과정을 점검하고, 확증편향이 작동하는 지점을 스스로 인식하려는 노력이 요구됩니다.
- 정서적·문화적 변화에 대한 열린 태도
- 법리적으로나 합리적으로 치부되던 것도, 정서적 분위기가 극단으로 치달으면 실제로 일어날 가능성이 생깁니다.
- 감정을 중요하게 바라보고, 아직 벌어지지 않은 가능성에 대해 더 신중하게 대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결론
이성, 합리, 법리 중심의 사고방식은 복잡한 사회 문제를 효율적으로 다루는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지만, 그 자체가 현실을 온전히 반영하는 완벽한 틀은 아닙니다. 특히 인간의 감정·집단 심리가 개입되는 사회현상(시위, 폭동, 쿠데타, 계엄령 등)은 논리적 가정과 다른 방향으로 급변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소위 ‘엘리트 계층’에서 확증편향이 도드라지는 이유는, 이들이 오랜 교육과정과 사회적 성공 경험을 통해 ‘자신들의 방식이 정답’이라는 강한 자기확신을 형성하기 쉽기 때문입니다. 또한 비슷한 배경을 공유하는 집단 내에서 같은 논리와 가치관을 반복적으로 재확인(확증)받음으로써, 감정과 비합리성이 개입할 여지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관점의 통합, 자기 판단에 대한 지속적인 비판·성찰, 정서·집단 행동에 대한 지식 함양 등을 통해 보다 폭넓은 현실 인식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