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ur

오덕력을 채우려 나고야 지브리파크를 다녀오다.

3시 모모(3PM Momo) 2025. 3. 26. 10:31

우리 가족은 지브리 애니메이션을 너무나 사랑한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고 했던가? ‘오덕’ DNA를 타고난 나를 닮아 두 아이들도 어릴 적부터 지브리에 푹 빠져 있었다. 취학 전부터 이미 미타카시에 있는 지브리 미술관을 데려가 "토토로야, 우리 왔어!"를 외쳤던 아이들이 이제는 둘 다 대학생이 되었건만, 지브리에 대한 애정만큼은 여전히 어린아이 그대로였다.

 

몇 달 전, 두 딸과 아내가 갑자기 선언했다. “아빠, 우리 나고야 갈 거야. 지브리파크 예약했어!”

아니, 세상에 날강도도 이런 날강도들이 없다. 나는 하루하루 버티며 힘겹게 돈을 벌어 오는 가장의 비애를 묵묵히 삼켰다.

그래도 호기심은 참을 수 없었다. “그래, 그렇게 티켓팅이 어렵대?” 라고 물으니 아내와 아이들은 목소리를 높여 난리를 쳤다.

한 달에 단 하루, 두 달 후의 예약이 열리는데, 전 세계의 지브리 팬들이 광클릭 경쟁을 펼친다는 것이었다. 이건 티켓팅이 아니라 거의 전쟁 수준이었다.

 

"어머나, 그랬구나. 대단하다!"라고 맞장구를 쳤지만, 사실은 은근히 설렜다. 그리하여 나도 모르게 컴퓨터 앞에 앉아 비행기 티켓과 호텔을 예약하고 있었다. "그래, 한 번 가보자, 그 지브리파크라는 델. 나고야가 노잼 도시라는데 과연 어떨까?"

 

두 달 후, 설레는 마음으로 드디어 지브리파크에 도착했다. 우리는 프리미엄 티켓 덕에 여유롭게 시작했다.

첫 목적지는 역시나 우리 가족의 영원한 친구, 토토로가 있는 곳이었다. 사츠키와 메이짱의 아기자기한 집을 둘러보고, 동산 위에서 두 눈을 동그랗게 뜬 거대한 토토로와 인사를 나누니 벌써부터 행복감이 밀려왔다.

 

 

하지만 지브리파크의 진정한 매력은 이제부터였다. 대창고가 열리는 정오가 되자, 마치 애니메이션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마법 같은 세계가 펼쳐졌다. 거대한 천공의 성 라퓨타가 공중에 둥둥 떠 있는 모습을 보며 감탄사를 내질렀고, "마루 밑 아리에티"의 작은 소품들 하나하나가 실물로 살아난 모습에 절로 감동했다.

 

그리고 드디어, 그 유명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속 기차와 가오나시를 만나기 위한 긴 줄에 섰다. 한 시간을 기다리면서도 지루할 틈이 없었다. 앞서가는 외국인들이 애니 속 장면을 완벽히 재현하며 사진 찍는 모습을 보니 ‘오덕’의 세계에도 글로벌한 연대감이 있었다. 가오나시와 마주한 순간에는 마치 스타를 만난 듯 우리 가족 모두 들뜬 마음으로 사진을 찍었다.

 

"고쿠리쿠 언덕에서", "원령공주", "바람이 분다", "붉은 돼지" 등 익숙한 작품들을 차례로 만나고 나니 이미 지칠 대로 지쳤지만, 우리 가족은 여전히 생기발랄했다. 대학생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아이 같은 딸들의 성화에 못 이겨 마녀 배달부 키키의 빵집을 찾았으나, 줄이 너무 길어 아쉬움을 남긴 채 발걸음을 돌려 하울의 움직이는 성으로 향했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은 기대 이상이었다. 디테일 하나하나가 놀랍도록 정교했다. 특히 하울의 방에 걸려있던 그림에서는 그가 소피를 얼마나 깊이 생각했는지 느껴져, 아내와 딸들이 "어머, 어머!" 연신 감탄을 터뜨렸다. 나 역시 짐짓 무심한 척하며 속으로는 몰래 감동을 하고 있었다.

 

하루 종일 걷고, 줄 서고, 또 걷다 보니 온몸이 천근만근이었지만, 테마파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놀이기구 하나 없어도 지브리파크는 충분히 꿈같았다. 지브리 팬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꿈꿔봤던 "내가 저기 있다면…"이라는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주는 곳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곳에서는 어른이나 아이 할 것 없이 모두가 '오덕'이 되는 마법이 있었다. 지브리의 팬들이라면 꼭 한번 방문해보기를 강력 추천한다. 행복이 가득했던 지브리파크에서의 하루는 앞으로도 우리 가족에게 오랫동안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