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 유니버셜스튜디오 닌텐도 월드를 다녀오다.
와이프와 아이들의 일본 여행 계획은 나고야의 지브리파크를 시작으로 오사카의 유니버셜스튜디오에서 마무리하는 것이었다. 이미 지브리파크의 엄청난 티켓팅 전투에서 승리를 거둔 우리 집 오덕 전사들은, 다음날 유니버셜스튜디오 입장권과 슈퍼닌텐도 월드 입장권까지 가뿐히 쟁취하고 나머지 세부사항은 나에게 맡겨버렸다. 나는 꼼짝없이 ATM기로 변신, 조용히 호텔과 신칸센 표를 예약했다. 하루하루 땀 흘려 돈 버는 가장의 슬픈 운명이라니.
나고야에서 1박을 하고 오사카로 향하는 날 저녁, 나고야역에서 신칸센을 타려는데 온라인으로 예약한 QR 코드가 먹통이었다. 순간 당황해 역 관리인을 찾아가니, 그는 태연하게 손으로 쓴 종이 한 장을 건네며 "이거면 됩니다."라며 미소 지었다. 그렇게 신칸센을 타고 1시간도 안 되어 오사카로 순식간에 순간이동했다.
사실 이 여행에서 내가 가장 기대했던 건 성인이 된 아이들과 오사카의 이자카야에서 맥주 한잔 마시며 "아빠가 왕년에 말이야…" 하는 끝도 없는 모험담을 늘어놓는 거였다. 하지만 나의 이 원대한 계획은 와이프와 아이들이 "졸려... 피곤해…"라며 편의점 과자를 손에 들고 호텔방에 드러누우면서 산산조각 났다. 역시 내 꿈과 낭만은 그저 '나만의 세계'일 뿐이었다.
다음 날 아침, 우리는 피곤한 몸을 이끌고 유니버셜스튜디오로 향했다. 8년 만에 다시 찾은 그곳은 여전히 사람들로 인산인해였다. 입구부터 엄청난 인파를 헤치며 "과연 일본에 쌀이 부족할 만하네"라는 생각을 하며 첫 번째 목적지인 해리포터 성으로 갔다. 아이들은 새로운 놀이기구와 지팡이, 목도리를 사달라며 간절한 눈빛을 보냈다. 결국 나는 지갑을 열고 말았다. "그래, 이 아빠는 오늘도 너희들의 ATM이다!"
버터맥주는 두 컵만 사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달았다. 솜사탕을 물에 녹인 듯한 맛이었다. 점심은 또 얼마나 비싸던지, 그저 밥이 아니라 돈을 씹고 삼키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비싼 점심을 소화시키기도 전에 슈퍼닌텐도 월드로 향했는데, 입구에서 예약된 시간이 없는 사람들은 돌아가는 광경을 보고 다시 한번 티켓팅 신들의 은총에 감사했다.
닌텐도 월드 안은 정말 사람이 폭발적으로 넘쳤다. 아이들이 마리오 카트를 타자고 해서 줄을 섰는데, 이 줄이 끝도 없는 미로처럼 꼬불꼬불 이어졌다. 한 시간이 지나고 두 시간이 가까워지자 나는 웹툰을 보다가 결국 주식 앱을 열고 충동적으로 주식까지 매수했다. 물론 이 순간의 충동적 주식 구매는 후에 "떡락"이라는 후회로 돌아왔지만 말이다.
2시간의 기다림 끝에 드디어 슈퍼 마리오 카트를 타고, 닌텐도 게임 속 주인공이 된 듯한 착각에 빠졌다. 아이들과 와이프는 이 사이 키노피오 식당 예약에 성공했고, 그곳에서 버섯 요리를 먹으며 연애시절 분위기로 가던 식당과 비슷하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은 많고 맛은 없지만 분위기로 돈버는 그런 곳이 이곳이구나...
그런데 갑자기 둘째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해리포터 성에서 산 소중한 론의 지팡이를 화장실에 두고 나왔다는 것이다. 부랴부랴 돌아갔지만 지팡이는 이미 사라졌고, 망연자실한 아이의 얼굴을 보다 못해 결국 나는 "아빠론"을 실행해 지팡이를 다시 구매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온종일 밀려드는 인파와 전쟁을 치르고 난 뒤, 내 마지막 소원을 이야기했다. "오늘 밤엔 꼭 가족끼리 술 한잔하자!" 다행히 와이프와 아이들도 마지못해 나의 소원을 들어줬고, 에비스바에서 처음으로 온 가족이 성인이 된 것을 기념하며 시원한 맥주를 마셨다.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치열하게 보낸 하루였지만, 결국 이런 추억들이 쌓여 우리 가족만의 유쾌하고 따뜻한 기억이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다시는 유니버셜스튜디오 같은 인파 지옥은 무리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