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일런트 게이트웨이(창작 웹소설)

사일런트 게이트웨이 제 15장

3시 모모(3PM Momo) 2025. 4. 6. 07:39

제15장. 해가 바뀌고, 도래한 새로운 전환점

 

탐라의 공기는 차가운 겨울빛을 머금고 있었지만, 이곳 사람들의 표정은 희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음력 새해를 앞둔 어느 날, 안무사 이지광은 하민의 거처를 찾아와, 탐라의 왕족과 귀족들이 준비하는 연회 소식을 전해왔다.

 

“안찰사님, 연회라니 무슨 이야기인가요?”
하민이 물었다. 봄에 이곳에 온 지도 7개월이 훌쩍 지나, 벌써 탐라 땅은 겨울을 지나 새해를 맞이하고 있었다.

 

“탐라의 왕족과 귀족들이 올 새해를 맞이해 잔치를 엽니다. 중앙정부에서 파견된 제가 가면 분위기가 딱딱할 텐데, 상제님께서 함께 오시면 저들 사이에서도 더 즐거워할 것이고, 무엇보다 제가 명령을 내리기 수월해집니다.”

당시 탐라는 독특한 지배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중앙정부(고려)에서 파견된 안찰사(안무사).

 

탐라 왕족과 귀족: 예전부터 이 땅을 다스리던 지배층.

 

사농공상 계층의 평민들.

 

그리고 그 아래에 속한 노비가 있었다.

 

하민이 들어온 뒤 7개월간, 산업과 무역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며 탐라는 눈부시게 달라졌지만, 노비 제도만큼은 옛 질서를 유지하고 있었다. 하민은 이를 볼 때마다 불편하고 불만이 많았으나, 아직은 이 급격한 변화를 더 뒤흔들면 혼란이 커질 것 같아 우선 눈감고 있었다.

 

'개혁은 언젠가 해야겠지만, 지금은 아니야. 지금은 탐라가 좀 더 커지고, 화폐나 사회 시스템을 갖춘 뒤에야 가능할 거라 봐.'

 

혼자 생각에 빠져있던 하민에게 이지광이 다시 물었다.

 

“그럼 형준님이라면 어떨까요?”라고 물었지만, 하민은 고개를 저었다.

 

“연회 같은 자리에 내가 직접 갈 필요는 없소. 그리고 형준도 보낼 생각 없습니다. 대신, 전할 말이 있으니 그대로 대신 전해주시오.”

하민은 짧은 한숨과 함께 문장을 읊었다


“이제부터 탐라는 더욱더 부강하고 발전할 것입니다. 올해도 안찰사 이지광을 중심으로 잘 뭉쳐주시기 바랍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마지막 문장을 듣고, 이지광은 감격 어린 표정으로 꾸벅 인사를 했다.

 

“저를 중심으로 뭉치라 하시다니… 왕족과 귀족들 앞에서 이 한마디면 저도 큰소리 낼 수 있겠습니다.”

실제로 탐라 왕족과 귀족들이 하민의 지시에 어느 정도 순응하는 건, 안찰사 뒤에 ‘하늘의 신(=하민)’이 버티고 있기 때문임을 알고 있었다. 명분이 분명해야 그들도 함부로 반기를 들지 못한다.

 

이지광이 돌아가자, 하민은 트럭으로 이동해 타노스를 보고 혼잣말을 했다.
“6월 정도면 배가 떠오르겠군.”  

이미 산업혁명 초기 단계 같은 시스템을 확보했다.

철광석과 석탄, 그리고 화약·대포 같은 전쟁물자도 쌓여가고 있었다.

무역을 통해 사들인 물자 덕분에, 증기기관선 1대를 시범 건조 중인데, 6월이면 완공될 것이라는 보고가 올라오고 있다.

“그때가 되면, 본토(육지)나 다른 나라로의 ‘원정’도 가능하겠지. 설령 몽골이 쳐들어온다 해도, 현재 속도로 무기와 함대를 갖추면 충분히 맞설 만하다고 본다.”

타노스가 보고서를 띄웠다.  

현재 시범 건조 중인 배 1척: 100톤급, 길이 약 30m, 폭 6m가량.

 

시범선이 지구 한 바퀴를 돌아도 연료가 남을 만큼 석탄이 확보된 상태.

 

대포는 현재까지 총 10대가 만들어졌으며 6월까지 추가로 10대를 더 만들어낼 예정이며, 포탄도 실험에 성공했다.

 

하민은 타노스의 보고서를 읽고 혼잣말을 했다.“좋아, 모자란 건 없다.”

 

하민은 또 하나의 야심찬 구상을 꺼냈다. “목조 비행기를 한번 만들어보자.”  

프로펠러가 달린 엔진식 비행기라면, 정찰과 공중 지원에 획기적인 도움이 될 터.

 

크라(옵티머스3)에게 지시해 설계·제작을 맡기고, 메티(옵티머스6)와 포세(옵티머스8)를 통해 연료(가솔린) 조달과 부품 무역을 진행시킬 생각이었다.

 

문제는 석유 정제. 현재 탐라에서 석유가 나지는 않으니, 송나라 등지에서 수입해야 한다.

타노스도 증기 기관선 까지는 가능하지만 단숨에 목조 비행기는 결코 간단치 않다는 의견과 덧붙여서 재료도 그렇고, 엔진 정제 연료도 필요하다”고 말했지만, 하민은 확신했다. “우리가 만들고 있는 증기기관선처럼, 생각보다 빨리 비행기가 나와도 이상할 건 없어.”

 

이미 메티가 이끄는 무역팀은 일본뿐 아니라 송나라와도 적극 교류하고 있었다.  

탐라에서 만든 과자·술·쨈 등이 송나라의 상류층에게 ‘이국의 진미’로 입소문을 탔고, 오히려 그들이 철광석,석탄뿐 아니라 석유도 마련해 오겠다는 제안을 해왔다.

 

이는 하민이 비행기 제작에 필요한 가솔린 엔진과 여기에 들어갈 연료를 손쉽게 얻을 길을 열어주는 셈이었다.

 

무역에서 단기간 성공한 하민은 타노스를 바라보고 말했다.

“현재 남아 있는 철광석과 석탄으로도 배를 완성하고, 무기 제조에 충분하지?”

 

타노스는 파일을 열며 대답했다. “네, 현재 지금 시범 제작중인 배와 대포가 성공한다면 남아있는 비축량으로 대포 100대 생산과 포탄 제조, 그리고 5척 증기기관선 완공까지 가능합니다.”

“좋아. 그럼 이제 송나라, 일본 무역에 석유를 받을 수 있다면 최우선으로 받자. 크라가 조만간 목조 비행기 엔진 연료를 정제해야 할 테니까.”

 

한편, 이 모든 일들이 착착 진행되는 즈음, “탐라 해안가에 해적이 나타났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소식을 들은 하민은 타노스와 형준에게 명령을 내렸다.

"타노스 어서 빨리 드론을 띄우서 해적의 규모를 파악하고 형준은 빨리 이지광에게 알려서 관군을 준비시키라고 해."

30분 가량의 시간이 지나 드론으로 부터 정보를 받은 타노스가 해적의 규모를 파악했다.

"해적은 10키로 미터 밖 서북쪽 해안선에 정박해 있으며 해적선이 10척, 해적은 400명 규모입니다.

 

예전 같으면 탐라가 가난하고 방어가 허술하니, 약탈하기 쉬운 먹잇감으로만 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7개월 전과 지금의 탐라는 전혀 달랐다. 무장과 병사가 질적으로 차원이 달라졌고, 제우가 훈련한 군대에는 시범적이긴 하지만 대포와 신무기인 연사식 석궁을 가지고 있었다. 또 유사시에 하민의 옵티머스들이 모두 무장하고 미래의 무기로 대응도 가능했다.

 

이지광이 헐레벌떡 뛰어오자 하민이 말했다.

“잘 됐군. 병사들의 실전 경험을 키우고, 대포도 시험도 해볼 기회지. 제우에게 해적 토벌을 맡겨 봅시다.”

 

해안가로 출동한 제우와 병사들은 드론으로 제우가 해적들의 위치를 파악하고 지시를 하자 대포를 셋팅했다.   

 

해적들은 10척의 배를 해안가에 대충 정박해놓고, “예전 탐라”를 상상하며 마을 약탈 계획을 짜고 있었다.

그러나 이들은 상상도 못한 광경을 곧 맞닥뜨렸다.
꽝— 꽝—
천둥 같은 소리를 내며 포탄이 해적선 근처 해변에 떨어졌다. 모래와 파편이 튀고, 해적들은 놀라 허둥지둥 배로 뛰어들어 도망치려 했지만, 이번에는 정확히 배를 노린 포탄이 터졌다.

 

“으아악…!”
목재로 만든 해적선이 산산조각났고, 수십 명 해적이 물속에 빠졌다. 육지로 뛰쳐나온 무리들도 제우가 이끄는 병사들의 활을 개량해 만든 석궁에 일제사격에 맥없이 쓰러졌다.

 

타노스가 설계한 석궁은 한 번 장전하면 8발 연속 발사가 가능한 구조였고, 사거리와 파괴력이 예전의 활을 훨씬 상회했다.

 

갑작스러운 공격에 해적들은 전열을 갖추지도 못하고 여기저기 흩어져 쓰러졌다.

결국 해적의 무리는 100여 명도 못 남아 전의를 상실했다. 해적들은 머리를 땅에 조아리며 목숨을 구걸했다.

 

이 전투를 참여해서 지켜본 병사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제우의 지휘 아래, 한 달음에 해적들을 섬멸했으니, 그야말로 “신처럼 막강한 힘”이 실제하는 것 같았다.

 

드론으로 전투 상황을 모니터링하던 하민은 “역시 큰 격차로 압도했군”이라 만족했다. 포탄과 신형 무기의 위력이 현격함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이제 탐라를 넘보는 해적이나 외부의 적은 함부로 발을 들이지 못할 것이다.

 

“좋아. 가능성 충분히 됐다. 올해말까지 착실히 준비를 해야겠어.”

하민은 얼마후 몽골, 혹은 본토 조정과 정면으로 부딪힐 시기가 다가오고 있음을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었다.

 

 

 

(15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