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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국토종주(오천,충주댐,안동댐), 강을 모두 완주하다.
8월이었다. 4대강을 마친 성이사는 올해 안에 그랜드슬램까지 끝내기로 했다. 빅스에 던진 투자 이야기는 거절되지 않았다. 투자팀에서 검토가 시작됐고, 화상 미팅도 한 차례 진행됐다. 일이 진행될수록 그는 더 긴장했다. 그리고 스트레스가 커질수록 그의 출구는 더 먼 강이 됐다. 수첩을 펴 보니 남은 것이 보였다. 충주댐, 안동댐, 행촌교차로, 그리고 오천. 그것을 채우면 강원도와 제주만 남는다. 충주댐과 행촌교차로. 성이사는 그 두 이름 앞에서 잠깐 웃었다. 첫 국토종주 때 그가 건너뛴 도장들이었다. 그때는 눈앞의 이화령밖에 보이지 않았고, 나중을 위한 도장을 챙길 여유가 없었다. 그런데 몇 달 뒤, 그는 그 도장 하나를 찍으러 다시 그 도시로 가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사람이 바뀌었다기보다, 목표가 길어..
09:48:32 -
자전거 국토종주(섬진강), 폭염속 국토종주는 모험이었다.
7월 중순, 회사는 점점 더 어려워졌다. 주가가 요동쳤고 직원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그 무렵 석대표가 성이사에게 요청 하나를 했다. 일본 파트너사 빅스의 투자 유치가 가능한지 확인하고 추진해 달라는 것이었다. 성이사는 빅스와 오래 일했다. 빅스도 석테크홀딩스와의 협업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다만 그것은 서로 주고받는 비즈니스가 있기 때문이었고, 투자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였다. 그는 그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 두려웠다. 상장 시기에 투자 유치를 해 본 경험이 있었지만 대부분 거절이었다. 게다가 마츠다 상무와는 이제 겨우 신뢰가 쌓이는 단계였다. 이런 요청은 관계를 앞당겨 쓰는 일이었고, 앞당겨 쓴 신뢰는 대개 돌아오지 않는다. 그런데 성이사는 몇 달 사이에 조금 이완된 사람이 되어 있었다. 한번 해 보지 ..
08:43:08 -
자전거 국토종주(영산강), 12시간의 벽
봉크의 여파는 컸다. 체력적으로도 컸지만, 무엇보다 그의 인생에서 회사 업무가 차지하던 무게가 한 칸 내려갔다. 가장 짧은 찰나에, 그는 가족을 선택했다. 그때까지 성이사에게 일은 자기를 증명하는 수단이었다. 일로 증명됨으로써 자기가 존재한다고 믿었다. 금강 이후로 그 문장이 수정됐다. 일은 증명이 아니라 가족을 지키는 수단이다. 그 일이 자기를 잠식해서는 안 되고, 다만 가족을 지킬 수 있을 만큼의 경쟁력은 유지해야 한다. 정리되고 분리된 문장이었다. 그것을 회사에서 배우는 데는 20년이 걸렸고, 벤치에서 배우는 데는 30분이 걸렸다. 6월 중순은 내내 장마였다. 몸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는데도 성이사는 어느새 이 여행에 중독되어 있었다. 하루 종일 자기와 대화하고, 뭔가를 깨닫고, 자기를 조금 더..
07:39:49 -
자전거 국토종주(금강)와 봉크
인천에서 부산까지를 완주하고 돌아온 성이사는 하루를 꼬박 잠만 잤다. 40대의 몸에 무리한 도전은 중년에게 좀처럼 오지 않는 종류의 깊은 잠을 선물했다. 꿈도 없었고, 새벽에 깨지도 않았다. 오랜만에 몸이 자기 할 일을 정확히 한 밤이었다. 그리고 다시 출근했다. 회사의 일은 변한 것이 없었다. 불안한 자기 자리와 회사의 문제와 쌓여 있는 과제들. 나흘을 달리고 왔다고 해결된 것은 하나도 없었다. 다만 하나가 달라졌다. 자기와 회사를 조금 떼어 놓고 볼 수 있게 됐다는 것. 회사가 없어도 나라는 사람은 어딘가에서 굴러갈 수 있겠다는, 근거는 얇지만 감각은 분명한 확신 하나. 그런데 국토종주에는 후유증이 있었다. 휴양지에서 돌아온 사람이 그곳의 온도와 냄새와 풍경을 문득문득 떠올리듯, 성이사는 일주일 내내..
06:38:06 -
유튜브 알고리즘으로 떠난 자전거 국토종주5
5부. 도착에는 아무 감정이 없었다 마지막 날 아침 5시에 일어났다.오늘이면 끝이라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았다. 나흘째 소속 없이 산 사람이, 다시 소속을 찾으러 돌아가는 날이었다.다만 오늘도 150킬로미터가 남아 있었다.최종 목적지는 낙동강하구둑 인증센터. 그리고 거기서 기차역까지 12킬로미터를 더 가야 했다. 어젯밤에 저녁 6시 기차를 예약해 두었다.오늘 코스에는 국토종주길에서 가장 악명 높다는 두 고개가 있었다. 어제 검색해 보니 둘 다 우회하는 국도가 있었다.성이사는 우회를 택했다.마지막 날이니까, 조금은 편하게. 그리고 기차 시간이 있으니까. 그는 그 결정에 두 가지 명분을 붙였고, 두 명분 다 사실이었다.어제 주인 아주머니가 세탁해 준 옷들을 가방에 넣었다. 어제까지 자전거 뒤에 빨래를 매달고 ..
2026.08.29 -
유튜브 알고리즘으로 떠난 자전거 국토종주4
4부. 낙동사막의 거울 새벽 5시에 다시 눈이 떠졌다.민박집은 아침으로 사발면과 밥을 준다고 했지만, 성이사는 자는 사람들에게 폐가 될 것 같아 그냥 나섰다. 대충 씻고 준비하니 6시가 안 됐다.지방의 새벽은 도시보다 빨리 어두워지고 빨리 차가워진다. 아무도 없는 길에 내비게이션을 켜고 출발했다.낙동강은 한강보다 웅장했다.낙단보로 가는 길에 공사 구간이 많아 몇 차례 우회했다. 도착해서 편의점에서 빵 한 조각과 커피를 마셨다.오늘의 목적지는 합천창녕보. 대략 150킬로미터. 이번 여정의 최장 거리였다.배터리를 잘 쓰면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성이사는 이제 배터리 잔량과 거리와 오르막의 관계를 몸으로 알고 있었다. 사흘 만에 생긴 감각이었다.낙단보를 지나자 구미가 나왔다.성이사의 기억 속에서 그곳은 공장..
2026.0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