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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이스토리5를 보다가 문득 든 생각
작가 성이사는 추석 연휴에 디즈니플러스로 「토이 스토리 5」를 봤다. 어른이 혼자 보기에는 조금 멋쩍은 영화였다. 그래서 딸들이 거실에 없을 때 봤다. 이번 편에서 아이들은 점점 장난감을 멀리했다. 태블릿을 들고, 화면 속에서 놀았다. 여전히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아이가 있으면, 아직도 그런 걸 갖고 노느냐고 놀림을 받았다. 장난감들은 시대의 뒤편으로 밀려났다. 그들은 태블릿을 경쟁자로 삼았다. 아이들을 다시 데려오고, 친구들을 이어 주려고 애썼다. 그런데 애쓸수록 태블릿의 방해는 커졌고, 아이들이 꿈을 꾸고 친구를 만드는 일은 점점 어려워졌다. 결국 장난감들은 깨닫는다. 시대는 바뀌었고, 태블릿과 함께 살아야 한다는 것을. 그리고 아이들도 깨닫는다. 가장 근본적인 놀이는 결국 친구와 어울리는 것이라는 ..
2026.10.03 -
달리기는 불안을 해결하지 않는다. 불안이 쓸 연료를 먼저 태워 버릴 뿐이다
슈퍼 성이사는 11월의 하프마라톤을 위해 추석 연휴 내내 매일 15킬로미터를 달렸다. 12킬로미터까지는 그래도 몸이 따라왔다. 3킬로미터가 늘어나자 이야기가 달라졌다. 마지막 3킬로미터는 다리가 아니라 고집으로 달렸다. 그렇다고 거리를 줄일 수는 없었다. 하프는 21킬로미터다. 15킬로미터가 버거우면, 대회 날 16킬로미터쯤에서 자세가 무너질 것이다. 그다음은 뻔했다. 걷다가, 뛰다가, 경기장에 가장 늦게 들어오는 무리에 섞이는 것. 그래서 꾸준히 15킬로미터를 달려 보기로 했다. 몸이 그 숫자를 평범하게 느낄 때까지. 문제는 날씨였다. 달력은 가을이라고 했지만, 오전 9시만 되어도 볕이 따가웠다. 한강을 끼고 달리면 습도가 여전히 여름의 잔당처럼 남아 있었다. 슈퍼 성이사는 제선생과 운동 기록을 들여다..
2026.10.03 -
옵셔널 워크, 경제적 선택, 세미 파이어 그 어디쯤
금요일 미팅 이후 직장인 성이사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사람을 만나는 일 말고, 사무실에서 하는 일과 결정들. 그것들을 AI가 돕는 수준을 넘어 아예 그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는 불안이었다. 투자자 성이사는 그 흔들림을 지켜봤다. 추석 전에 그는 직장인 성이사에게 말했었다. 힘들어도 잘 다녀라. AI가 네 자리를 넘보더라도 뻔뻔하게 굴어라. 일주일 만에 그 조언의 유통기한이 의심스러워졌다. 이번 불안은 종류가 달랐다. 예전의 위험은 노력으로 풀 수 있는 위험이었다. 조금 더 일하거나, 권력자에게 조금 더 잘 보이면 되는 위험. 이번 위험은 질문의 형태로 왔다. 당신은 AI보다 더 능력이 있습니까? 노력은 그 질문에 대한 답이 되지 못했다. AI는 야근을 하지 않아도 더 많이 일했고, 잘 보이려 하지 않아도..
2026.10.03 -
회사에서 가장 오래 일한 사람의 기억보다, 일주일 된 서버의 기억이 더 정확했다
추석 연휴가 끝난 월요일 아침. 성이사는 여느 때처럼 방울토마토 한 줌과 바나나 하나, 그리고 작은 빵 하나를 가방에 넣었다. 아침 식사라기보다는 출근용 보급품이었다. 연휴 동안 늘어난 몸무게에 대한 반성문이기도 했다. 현관을 나서며 휴대폰으로 오전 6시에 시작하는 주식 유튜브를 틀었다. 진행자는 연휴 동안 미국 시장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빠르게 읊었다. 성이사는 그 목소리를 들으며 연휴의 마지막 여운을 한 칸씩 접었다. 40분의 출근길이 끝날 무렵, 차창 너머로 회사 빌딩이 보였다. 오전 6시 40분이었다. 12층에 불이 켜져 있었다. 성이사는 잠깐 차 속도를 늦췄다. 회사 도착 순위로 따지면 그는 늘 1등이었다. 몇 년째 깨지지 않은 기록이었고, 누구도 경쟁하지 않았기 때문에 깨질 이유도 없는 기록..
2026.10.03 -
고지서의 계보
어릴 때 아버지 앞으로 오던 그 많은 우편물이 무엇이었는지, 어른이 되고서야 알았다작가 성이사는 명절이면 어린 시절의 집을 떠올린다.그의 집은 큰집이었다. 명절이면 작은집들과 사촌들이 왔고 고모도 왔다.때로는 사촌들이 자고 갔다.송편과 만두를 만드느라 하루 종일 여자들이 부엌에 모여 있었고, 남자들은 거실에서 텔레비전을 봤다.그 시절 작가 성이사에게 명절은 기다려지는 날이었다.삼촌들을 뵈면 용돈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대학 진학을 앞둔 무렵부터 그 기다림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너희 형은 좋은 대학 나왔는데 너도 가야지.너희 형은 대기업 다니니까 너도 졸업하면 대기업 가야지.너희 형은 결혼했으니까 너도 해야지.1년에 두 번 보는 삼촌들이 툭툭 던지는 인사말이 찔리기 시작했다.그 찔림은 동생에게도 갔고 ..
2026.09.26 -
현관문까지의 거리
가장 먼 구간은 21킬로미터가 아니었다. 방에서 현관까지였다슈퍼 성이사는 올해도 11월 중순의 하프마라톤을 신청했다.광화문에서 잠실까지 달리는 대회다.성공적으로 마치기 위해 지난주부터 주말 거리를 12킬로미터에서 15킬로미터로 늘렸다.겨우 3킬로미터였다.그런데 12킬로미터에 익숙해진 몸에게 15는 다른 숫자였다. 근육이 당기는 곳이 생겼고, 오후 내내 몸이 축 처졌다.10월까지 매주 15킬로미터를 뛰고, 중간에 한두 번 20킬로미터로 거리 감각을 잡을 생각이다.목표는 작년 기록을 앞당겨 1시간 45분 안에 들어오는 것.대회 신청을 할 때마다 투자자 성이사에게 한소리를 듣는다.비싼 취미를 가졌다고.틀린 말은 아니다. 참가비가 10만 원이고, 훈련한다고 신발을 한두 켤레 더 사게 되고, 운동복도 늘어난다.1..
2026.0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