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일런트게이트웨이(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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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일런트 게이트웨이 제 21장
제21장. 겨울의 문턱, 그리고 새로운 수도를 향한 결심 겨울바람이 차갑게 스며드는 어느 날, 나성은 또 한 번의 변화를 예고하고 있었다. 지난 몽골전에서의 승전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몽골이 휴전을 제의했고, 동시에 강화도의 무신정권(최우)과 왕실(고종)이 민중봉기로 무너져버렸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왕과 무신세력이 하민 무리에게 압송되어 오는 파란이 일어났지만, 이제 고려는 과거 권력에서 벗어나 새로운 질서로 나아가는 길목에 섰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여전히 ‘상제’라고 불리는 하민이 자리하고 있었다. 나성 성벽 위에서, 바람이 스산히 불어와 병사들의 깃발이 세차게 흔들렸다. 안무사 이지광이 두터운 외투를 여미며 하민에게 다가왔다.“상제님, 올해도 곧 끝나가네요. 아무래도 작년 이맘때와는 너무나 달라서..
2025.05.18 -
사일런트 게이트웨이 제 20장
제20장. 전운의 집결, 그리고 또 한 번의 시험 강화도에서 돌아온 증기기관선이 밤에야 해주 해안에 도착했다. 하루 만의 짧지만 깊은 파동을 남기고 돌아온 길이라, 하민도 한숨 돌릴 새가 없었다. 다음 날 아침, 그는 곧장 안무사 이지광을 불러 지난 강화도 사건을 되짚었다.“최우의 성격은 어떤거 같습니까?”“전하(고종)보다 실세인 무신정권의 주인이니, 기개와 자존심이 하늘을 찌릅니다. 멀리서 보면 오만해 보이지만, 내막으론 잔혹합니다.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하지만 하민은 걱정보다 또렷한 안목을 내비쳤다."3개월 뒤면 몽골군이 옵니다. 그들이 침공해 전쟁이 터지면, 최우가 우리 뒤를 칠 수도 있고, 우리가 이긴 뒤에도 그는 우리의 뒤통수를 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먼저 찾아가 압도적 힘을 보여준 ..
2025.05.11 -
사일런트 게이트웨이 제 19장
제19장. 흔들리는 조정, 그리고 혁명 앞의 파문이른 새벽. 물안개가 희미하게 낀 바닷가에서, 하민이 탑승한 증기기관선이 힘찬 연기를 내뿜으며 해주항 부두를 떠났다. 뒤편에 달린 외륜이 물살을 밀어내고, 석탄 연기가 위로 솟구쳐 올랐다. 크라(옵티머스3)와 고려의 기술자들이 협력해 만들어낸 증기기관은 아직 ‘스크루 프로펠러’로 갈 정도의 기술력은 아니었지만, 돛 + 외륜 + 증기기관의 하이브리드 동력만으로도 이 시대에선 기적 같은 속도를 낼 수 있었다.배 위에는 탄약과 대포, 그리고 하민이 직접 가져온 현대식 기관총과 포탄발사기가 탑재되어 있었다. 옵티머스들의 무장도 모두 미래에서 가져온 총기와 유탄발사기로 교체되었고, 단지 판초우의로 겉모습을 감춘 채 가리고 있을 뿐이었다.하민은 앞데크에서 안무사 ..
2025.05.04 -
사일런트 게이트웨이 제 18장
제18장. 흔들리는 왕도, 그리고 혁명의 그림자 전장에는 잠시 휴식기가 찾아온 듯했지만, 거대한 소용돌이는 이제 막 기세를 더하는 중이었다. 하민이 이끄는 ‘미래 군세’는 탐라에서 넘어와 개경 근교 나성을 사수했고, 첫 전투에서 한 명의 부상자 없이 몽골군을 대파하여 도합 800명을 사살·400명을 포로로 잡아들이는 압도적 승리를 거두었다. 그 충격파는 하룻밤 사이로 사방에 퍼져나갔고, 고려 땅은 물론, 몽골 제국의 수도 카라코룸에까지 파문이 일었다.하민은 “부상자는 치료, 포로는 감금”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대승으로 이미 기세가 올라 있었으나, 무의미한 학살은 원치 않았다. 이번 전투는 드론과 장거리 화력(대포·연사 세뇌)으로 몽골 기마대를 무력화한 결정적 사례가 되었다. 완전히 다른 양상의 전투였다...
2025.04.27 -
사일런트 게이트웨이 제 17장
제17장. 바다를 넘어, 개경 땅에 울려 퍼진 첫 전투탐라(제주)에서 개경까지, 보통은 적어도 1~2주 걸리는 항해였다. 하지만 하민의 증기기관선들은 셋별의 GPS(하민이 쏘아 올린 저궤도 위성)와 지도 데이터를 활용해, 선두의 선박을 따라 항해했고 다음날 새벽 2시 쯤 개경에서 가장 가까운 해주항에 도착했다. 정확한 시간과 위도와 경도를 측정할 수 없는 시기에 GPS라는 800년 뒤의 과학 기술의 위력은 시공간을 충분히 뛰어 넘은 셈이다. 배멀미를 하며 뱃머리에 서 있던 안무사 이지광은 창백해지면서도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상제님, 이게… 이게 말이나 됩니까? 하루 만에 해주항이라니! 이건 교통의 혁명입니다!”하민은 멋쩍게 웃었다.“문제없이 왔으니 다행입니다.”사실 개경으로 가는 길엔 강화도가 있었다..
2025.04.20 -
사일런트 게이트웨이 제 16장
제16장. 가자 개경으로 나무에 어린 잎사귀가 푸릇푸릇 돋아나는 완연한 5월. 탐라 전역은 부드러운 바람과 함께 벌써 봄을 넘어 초여름의 기운을 머금고 있었다. 길가마다 피어난 꽃들로 화사한 풍경을 연출했고, 지난겨울 삭막했던 풍광은 이미 기억 저편으로 사라진 듯 보였다. 거의 1년 전만 해도 모든 게 낯설고 힘들었던 이 땅이, 이제는 활력이 넘치는 또 다른 ‘새로운 세계’가 되어 있었다. 하민이 구상했던 증기기관선의 건조는 그야말로 만만치 않은 과제였다. 이 시대(13세기) 기술로는 철판을 절삭·용접하는 작업부터 난관이었지만, 크라(옵티머스3)가 타노스가 출력한 설계도를 착실히 구현했는데 2030년에서 가져온 전기 용접기와 소형 절삭 기구를 재활용해, 조금씩 부품을 가공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
2025.0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