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빠져나간 자리를 AI가 채웠다. 완벽하게. 그래서 더 외로웠다.

2026. 4. 4. 10:17성이사의 다중우주 - 일상 에피소드

일본 출장에서 돌아온 지난주 금요일 아침. 회사로 향하는 차 안에서 성이사의 폰이 울렸다. 신대리.

"이사님, 죄송합니다. 아침에 출근하기가 어렵습니다. 새벽에 급하게 응급 산부인과를 다녀왔습니다."

성이사의 손이 핸들 위에서 멈칫했다.

신대리. 임신 6개월의 임산부. 배가 불러오는 와중에도 매일 출근해서 AI 혁신 시스템을 관리하고, 팀 내 업무 효율화를 주도하고, 위키와 지라와 슬랙을 돌리던 사람. 성이사가 늘 응원하던 사람. "요즘같이 애를 안 낳는 시대에, 그래도 이렇게 일하면서 아이를 낳겠다는 건 대단한 거야"라고 마음속으로 생각하던 사람.

성이사는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금요일이었고, 출장 복귀 후 밀린 일이 산더미였다.

주말이 지났다. 월요일 출근길. 다시 카톡이 왔다.

"이사님, 병원에서 조기출산 가능성이 있다고 합니다. 30분 이상 앉아 있으면 안 된다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조기출산 휴가를 갈 수 있을까요?"

성이사는 답장을 보냈다.

"그렇게 하세요. 자세한 진행은 인사팀과 이야기하세요. 건강이 최우선입니다."

짧은 메시지였다. 하지만 성이사의 머릿속에서는 이미 계산이 시작되고 있었다. 그것은 냉정한 계산이었고, 그래서 성이사 자신이 싫어지는 종류의 계산이었다.

신대리가 빠지면, 그녀의 업무는 누가 하지?

민팀장이 나가고, 모든 팀원을 직접 관리하게 된 성이사. 사소한 출퇴근 이야기부터 인사평가를 통한 고민 상담까지 들으면서, 고민해야 할 일이 배로 늘었다. 과거에는 석대표의 생각에 맞춰 구조를 설계하고 실행을 계획하면 되었는데, 그 일 외에 팀원들의 생각과 현실적 문제까지 떠안게 되니, 새삼 민팀장의 고마움과 그녀의 공백이 느껴졌다.

하지만 AI 도입으로 관리직을 더 늘릴 수는 없다.

휴먼 온 더 루프. AI 위에서 사람이 일한다. 성이사의 직장은 점점 공장 자동화로 변해가고 있었다. 산업혁명의 시행착오를 아주 압축해서, AI와 함께 재설계하고 있는 셈이다.

 

오후. 인사팀에서 연락이 왔다. 신대리의 출산 휴가 승인 요청. 출산휴가에 육아휴직을 붙이면 내년 6월 말. 초등학교 저학년까지 쓸 수 있는 6개월 육아휴직을 더 붙이면 내년 말까지 전선 이탈.

성이사는 승인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신대리의 업무를 직접 맡기로 했다. 민팀장 때와 같은 결정이었다. 다만, 이번에는 도구가 달랐다.

신대리의 업무 목록을 분해했다.

팀 내 정보 취합 — 위키, 지라, 슬랙의 데이터를 클로드 코드로 MCP 방식 자동 취합 파이프라인 구축. AI 혁신 시스템 운영 — 코워크로 구조 분석, 클로드 코드로 운영 자동화. AI 도구 도입 관리 — 클로드 코드로 현황 대시보드 구축.

전략기획실의 담당자와도 직접 소통했다. 성이사가 그 팀의 일을 가장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추진에 어려움이 없었고, 막히는 부분은 클선생에게 넣어서 재해석했다.

그 과정에서 전략기획실의 AI 혁신 시스템 권한이 열렸다. 성이사는 클로드 코드를 통해 AI 혁신 시스템과 MCP로 연결하고, 슬랙으로 회사 전체의 업무 진행과 의사결정도 받아볼 수 있도록 만들었다.

출장용으로 최적화되었던 맥북프로 M5가 이제 클로드 코드에 최적화된 머신이 되었다.

 

투자자 성이사: "클로드 맥스 5X도 부족하겠다."

성이사: "20X 올려야 할지 고민 중이야."

투자자 성이사: "회사 돈이면 올려."

 

금요일 퇴근 무렵.

한 주를 돌아봤다. 신대리가 하던 모든 업무가 돌아가고 있었다. 위키 데이터는 자동 취합, 지라 태스크는 MCP 연동, 슬랙 히스토리는 대시보드에 정리. AI 혁신 시스템도 안정적으로 운영 중.

신대리의 공백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녀가 매일 30분씩 하던 일을, 코드 한 줄이 대신했다. 민팀장의 공백도 마찬가지였다. 클선생과 제선생과 지선생, 그리고 맥북프로 M5가 메꿔준 것이다.

앞으로 그녀들의 공백이 두렵지는 않다. 일은 어떻게든 휴먼 온 더 루프로 돌아간다. 빈자리를 계약직으로 채울 필요도 없다.

성이사는 노트북을 닫으며 사무실을 둘러봤다.

민팀장이 앉던 자리. 비어 있다. 신대리가 앉던 자리. 비어 있다.

업무는 돌아가고 있었다. 완벽하게. 그래서 더 외로웠다.

 

작가 성이사: (조용히) "동료들과 커피 마시며 같이 나이 들어가는 사람이 점점 없어지고 있어."

성이사: "……."

작가 성이사: "AI가 일을 대신해주니까 일은 줄었지만, 사람도 줄었잖아."

점점 더 영화 *'어쩔 수가 없다'*의 이병헌과 오버랩되었다. AI를 잘 쓸수록 동료가 필요 없어지고, 동료가 필요 없어질수록 자신의 존재 이유도 흐려진다.

엘리베이터 앞에서 성이사는 멈췄다. 문이 열렸다. 텅 빈 상자.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 넥타이, 정장, 노트북 가방. 임원의 외형. 하지만 거울 속의 눈은, 같이 커피 마실 사람을 찾고 있었다.

 

성이사: (엘리베이터 안에서, 혼잣말) "어쩔 수가 없다."

문이 닫혔다.

 

<성이사는 휴먼온더루프가 현실화 되었다고 생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