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를 즐기는 자와 미래를 달리는 자의 경계에 대하여

2026. 4. 4. 11:32성이사의 다중우주 - 일상 에피소드

금요일 오후. 슈퍼 성이사가 나이키 공식 홈페이지에 접속했다.

매주 금요일의 의식. 새 러닝화가 입고되었는지 확인하는 것. 일본에서 산 슈퍼블라스트 3의 신상 냄새가 채 사라지지도 않았지만, 러너의 눈은 항상 다음 신발을 향해 있다. 냉장고에 음식이 있어도 배달 앱을 여는 것처럼.

나이키 보메로 프리미엄.

오래전부터 눈독 들이던 모델이었다. 초후한 미드솔이 무릎 충격을 흡수해준다는 리뷰를 수십 개 읽었다. 거위발건염으로 속도를 줄이고 거리를 줄인 지금, 리커버리 런의 파트너로 완벽한 신발.

지난 두 달간 확인할 때마다 품절이었다.

그런데 오늘.

화면에 270 사이즈가 떠 있었다. '품절 임박'.

슈퍼 성이사의 동공이 확장되었다. 손가락이 머리보다 먼저 움직였다. 구매 클릭. 배송지 확인. 결제 완료.

카카오톡.

[나이키코리아 299,000원 결제]

등 뒤에서 냉기가 느껴졌다.

 

투자자 성이사: (얼음장 목소리) "…뭐 샀어?"

슈퍼 성이사: (폰을 숨기며) "아무것도."

투자자 성이사: "299,000원. 나이키. 아무것도?"

슈퍼 성이사: "리커버리용…"

투자자 성이사: "지난주에 일본에서 슈퍼블라스트 3 샀잖아. 신발장에 몇 켤레야? 12켤레? 이게 수집이지 러닝이냐?"

슈퍼 성이사: "로테이션이야! 마일리지 관리를…"

투자자 성이사: "이란 전쟁으로 증시가 널뛰기 하고, 수익률은 하락하는데. 또 사고칠 거야?"

침묵. 그리고 슈퍼 성이사가 폭발했다.

 

슈퍼 성이사: "러닝하는 취미에 돈 쓰는 게 어때서! 우리가 골프를 쳐? 억대 자동차에 관심이 있어? 인생도 어느 정도 즐기고 충전하면서 현재를 살아가는 거지. 꼭 이렇게 내일을 위해서 오늘을 희생하며 살 필요는 없잖아!"

투자자 성이사가 대꾸 없이 사라졌다. 논리가 아닌 감정으로 밀어붙이면 투자자 성이사는 퇴각한다. 감정에는 ROI가 없기 때문이다.

 

슈퍼 성이사는 달렸다. 아직 보메로 프리미엄이 배송되기 전이니 모어 4를 신고.

거위발건염을 조심하며 6분대 페이스로. 달리면서 전두엽의 자극이 줄어들고, 쌓였던 생각이 날아간다. 잡음이 없는 상태. 고민 한두 가지를 생각하고 결정을 내린다. 달리지만 명상. 종교보다 중요한 시간.

 

슈퍼 성이사: (달리며, 속으로) "항상 미래만 보고 달려가는 이 다중우주에서, 현재를 즐기는 페르소나는 나뿐이야."

점점 AI화되는 성이사. 증시 널뛰기에 시달리는 투자자 성이사. 봄날의 감성에 취하면서도 술을 절제해야 하는 작가 성이사. 이 다중우주가 무너지지 않으려면 달려야 한다. 슈퍼 성이사가 뛰어야 한다.

그때, 작가 성이사가 나타났다.

 

작가 성이사: "오히려 너도 미래를 위해서 뛰는 거 아니야?"

슈퍼 성이사: "뭐?"

작가 성이사: "건강한 미래, 오래 달리는 미래. 너도 결국 미래를 위해 뛰는 거잖아. 현재를 즐기면서 이 봄을 느끼는 음유시인은 나밖에 없을걸."

슈퍼 성이사는 반박하지 못했다.

맞을 수도 있다. 나도 미래를 위해 뛰고 있다. 현재를 즐기는 척하면서.

그렇다면 이 다중우주에서 진짜 현재를 사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건 아닐까.

보메로 프리미엄은 내일 도착한다. 상자를 열고 새 신발 냄새를 맡는 그 순간만큼은, 확실한 현재일 것이다.

 

<슈퍼성이사와 투자자성이사가 언쟁을 벌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