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는 것도 기술이다. 특히 이기고 있을 때.

2026. 3. 21. 19:01성이사의 다중우주 - 일상 에피소드

슈퍼 성이사의 왼쪽 무릎은 봄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지난주 부터 증상이 나타난 거위발건염. 이름부터 우습다. 거위의 발 모양처럼 생긴 건이 무릎 안쪽에 붙어 있는데, 그것이 염증을 일으킨 것이다. 겨우내 달리기 거리를 늘리면서 뻣뻣했던 건에 부하가 쌓인 결과였다. 거위는 날 수 있지만, 슈퍼 성이사의 거위는 날기는커녕 걷기도 힘들어하고 있었다.

슈퍼 성이사는 제선생과 상의했다.

 

슈퍼 성이사: "제선생, 무릎이 안 낫는데. 러닝화가 문제인 건 아닐까?"

 

제선생(Gemini): "그럴 수 있습니다. 현재 보유하고 계신 러닝화를 모두 알려주시겠습니까?"

슈퍼 성이사는 자신의 신발 목록을 읊었다. 그것은 일종의 고백이었다.

나이키 베이퍼플라이 2종. 아식스 메타스피드 시리즈. 아식스 슈퍼블라스트 2. 아식스 노바블라스트 5. 아디다스 보스톤 13. 뉴발란스 레벨 4. 뉴발란스 모어 4. 나이키 인피니티런. 나이키 인빈서블.

 

투자자 성이사: (어디선가) "그게 다 합치면 얼마야?"

 

슈퍼 성이사: "입 닫아."

 

제선생: "…상당한 컬렉션이시네요. 각 신발의 특성을 고려해서 현재 상태에 맞는 로테이션을 제안드리겠습니다."

 

제선생의 처방:

데일리 런(매일 달리기): 뉴발란스 모어 4. 반발력이 상대적으로 적고, 쿠셔닝이 두꺼워 관절 부하를 줄여줌. 현재 거위발건염 상태에서 가장 안전한 선택.

주말 10km: 아식스 슈퍼블라스트 2. 적절한 반발력과 쿠셔닝의 균형. 거리를 늘릴 때 안정적.

절대 금지: 나이키 카본 시리즈(베이퍼플라이), 아식스 메타스피드. 카본 플레이트의 높은 반발력이 건에 추가 부하를 걸어 염증을 악화시킬 수 있음.

 

슈퍼 성이사: "베이퍼플라이를 못 신는다고?"

제선생: "거위발건염이 완치될 때까지는요. 카본 플레이트의 반발력은 건에 채찍질을 하는 것과 같습니다."

슈퍼 성이사는 지네발이었다. 이 많은 신발을 가민 워치와 연동해서 키로수를 관리하고 있었다. 각 신발의 마일리지를 공평하게 배분하는 것이 그의 철학이었다. 어느 한 켤레에만 마일리지가 쏠리는 것은 불공평하다는 신발 민주주의. 하지만 거위발건염은 민주주의를 허용하지 않았다.

 

제선생은 추가 처방도 내렸다.

달리기 전: 온열 찜질 + 마사지. 달리기 후: 냉찜질 + 마사지. 소염진통제 복용. 속도 6분대로 제한. 거리 5km로 축소.

슈퍼 성이사는 제선생이 시키는 대로 했다. 지난주에 이어 이번주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모어 4를 신고 5km를 6분대로 뛰었다. 뛰기 전에 찜질하고, 뛰고 나서 냉찜질하고, 마사지건으로 왼쪽 다리를 풀어줬다.

왼발아, 수고했다.

지난주 매일 마사지에 이어 이번주 매일 이 의식을 반복했다. 그리고 목요일까지, 거위발건염의 증상은 확실히 호전되고 있었다. 통증이 줄었다. 뻑뻑함이 사라졌다. 5km를 무리 없이 뛸 수 있게 되었다.

이대로 가면 다음 주에는 거리를 6km로 늘릴 수 있겠다.

 

금요일. 퇴근 후.

슈퍼 성이사는 모어 4를 신고 평소대로 달리기를 시작했다. 평속 5분 45초. 느리지만 안전한 속도. 제선생의 처방대로. 거위의 발에 무리를 주지 않는 범위 안에서.

2km 지점. 뒤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헉. 헉. 헉. 헉.

거친 숨소리. 두 명. 초보 러너 특유의 불규칙한 보폭과 과도한 팔 동작. 슈퍼 성이사의 7년 차 러너 센서가 즉각 분석을 완료했다. 초보, 20대 추정, 러닝 경력 한 달 미만.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초보의 속도다. 초보는 자기 페이스를 모른다. 처음에 전력 질주로 시작해서 3km 지점에서 걸어야 하는데, 그 3km까지는 베테랑을 위협할 만큼 빠르다. 마치 주식 시장의 개미 투자자처럼 — 처음에는 무섭게 달려들다가, 결국 체력이 바닥나서 쓰러진다.

젊은 남자 둘이 슈퍼 성이사를 추월했다.

…뭐?

슈퍼 성이사의 어딘가에서 불이 켜졌다. 러너로서 7년간 길러온 자존심의 불. 이성의 뇌가 "무시해"라고 말했고, 제선생의 처방이 "속도를 올리지 마"라고 경고했지만, 뇌의 더 깊은 곳에서 원시적인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초보한테 지나? 진짜?

 

슈퍼 성이사의 발이 빨라졌다.

5분 45초 → 5분 30초 → 5분 20초 → 5분 10초.

케이던스가 180에서 190으로, 190에서 200에 가까워졌다. 발이 가볍게 지면을 쳤다. 마치 수면 위를 달리는 것처럼. 모어 4의 두꺼운 쿠셔닝이 몸을 밀어 올렸다. 바람이 얼굴을 스쳤다.

 

나는 7년 차다. 어디 초보가.

슈퍼 성이사가 젊은 남자 둘을 추월했다. 그들의 헉헉거리는 숨소리가 뒤로 밀려났다. 그리고 목표 지점에 먼저 도착했다.

30초 후, 초보 둘이 도착했다. 그들은 그 자리에서 쓰러지다시피 허리를 숙이고 헉헉거렸다. 한 명은 토할 것 같은 표정이었다.

슈퍼 성이사는 우쭐했다.

 

슈퍼 성이사: (속으로, 입꼬리를 올리며) "어디 초보들이 7년간 러닝을 한 이 몸을…"

쾌감이었다. 순수한, 원시적인, 아무런 부가 가치도 없는 경쟁의 쾌감. 투자 수익률과 달리 계좌에 찍히는 것도 없고, 업무 성과와 달리 인사 평가에 반영되는 것도 없는, 완전히 무의미한 승리.

하지만 기분은 좋았다. 아주 잠시 동안.

 

러닝을 마치고 집으로 향했다. 집 앞 신호등. 빨간불. 멈췄다. 발을 땅에서 뗀 순간—

시큰.

왼쪽 무릎에서 날카로운 통증이 올라왔다. 목요일까지 사라져가던 그 통증이, 금요일 저녁에 돌아왔다. 경련처럼 짧고, 바늘처럼 날카롭고, 후회처럼 쓰라렸다.

 

슈퍼 성이사: "……."

아.

성이사의 머릿속에서 제선생의 목소리가 리플레이 되었다. '속도를 올리지 마세요.' '6분대로 제한하세요.' '카본 플레이트만큼이나 급격한 페이스 변화도 건에 채찍질입니다.'

슈퍼 성이사는 신호등 앞에 서서 왼쪽 무릎을 내려다봤다. 목요일까지의 회복.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지킨 처방. 온열 찜질, 냉찜질, 마사지, 소염진통제, 느린 속도, 짧은 거리. 지난주에 이어 이번주 4일간의 성실한 치료를.

30초의 승부욕이 날려버렸다.

 

슈퍼 성이사: (한숨) "…좀 참을 걸."

신호가 바뀌었다. 파란불. 슈퍼 성이사는 왼쪽 무릎을 살짝 절뚝이며 횡단보도를 건넜다. 초보 두 명에게 이겼다는 쾌감은 이미 증발했고, 남은 것은 거위발건염의 재발과 후회뿐이었다.

 

투자자 성이사: (집에서) "어, 왔어? 무릎은 어때?"

 

슈퍼 성이사: "…말하지 마."

 

투자자 성이사: "왜? 목요일까지 좋아지고 있다며."

 

슈퍼 성이사: "……."

 

투자자 성이사: "야, 뭔 짓 한 거야?"

 

슈퍼 성이사: (소파에 앉으며) "…초보한테 졌다가 이겼어."

 

투자자 성이사: "뭐?"

 

슈퍼 성이사: "초보 두 명이 추월해서… 다시 추월했어."

 

투자자 성이사: (어이없다는 표정) "너 그래서 무릎이?"

 

슈퍼 성이사: "……."

 

투자자 성이사: "야, 나도 하락장에서 패닉 매수해서 돈 날렸지만, 최소한 돈은 다시 벌 수 있어. 무릎은 다시 못 사."

 

슈퍼 성이사: "알아."

 

투자자 성이사: "아는데 왜 그랬어?"

 

슈퍼 성이사: (조용히) "…승부욕이라는 거위발건염이 있거든. 그건 소염진통제로 안 나아."

침묵이 흘렀다.

 

작가 성이사: (수첩을 꺼내며) "그거 좋은 문장이다. '승부욕이라는 거위발건염.' 쓸 수 있어?"

 

슈퍼 성이사: "…좋을 대로 해."

슈퍼 성이사는 마사지건을 꺼냈다. 왼쪽 무릎에 대고 스위치를 켰다. 윙윙거리는 진동이 피부를 타고 건에 전달되었다.

 

슈퍼 성이사: (마사지건을 대며, 낮은 목소리로) "…미안, 왼발아. 또 고생시켰다."

치유되고 있던 몸에 다시 불을 지른 것은, 호르무즈 해협도 아니고, 석대표의 레이저도 아니고, AI의 토큰도 아니었다.

자존심이었다.

7년 차 러너가 초보에게 추월당하는 30초를 참지 못한 것. 그 30초의 치유에는 또 일주일이 걸릴 것이다.

참는 것도 기술이다. 특히 이기고 있을 때.

 

<슈퍼성이사는 초보 두명을 제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