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4. 25. 08:19ㆍ성이사의 다중우주 - 일상 에피소드
투자자 성이사는 어제 성이사의 A사 미팅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한 가지 단어를 종일 곱씹었다.
사회적 유산.
A사 사람들. 강남, 서초, 송파에 살고, 미국이나 영국에서 유학을 마치고, 글로벌 IT 기업에 입사한 사람들. 그들의 부모님은 대부분 대학을 나오셨고, 고학력에 유학파도 많고, 물려받은 재산이 있어서 강남 3구에 거주지를 마련해주셨고, 자녀들을 유학 보낸 케이스다.
투자자 성이사는 자기 자신의 출발선을 떠올렸다.
성이사의 부모님은 두 분 다 고졸이셨다.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은 바쁘셨다. 그리고 늘 같은 말을 하셨다.
'손해 보지 마라. 네가 가진 것 잃어버리지 마라.'
그것이 부모님의 인생 철학이었다. 두 분이 사회에서 배우신 것. 사회는 잘난 인간들이 가득한 곳이고, 그들에게 손해 보지 않으려면 너도 어느 정도는 배워야 한다. 그래서 대학에 보내고, 뒷바라지를 하셨다. 투자자 성이사가 사회에서 사용할 기술을 가르치기 위해서.
기술. 그 단어가 핵심이다.
부모님은 투자자 성이사에게 기술을 가르치려고 하셨다. 사회에서 굶지 않기 위한 기술. 손해 보지 않기 위한 기술. 회사에 들어가서 살아남기 위한 기술. 노동의 기술. 반면에 글로벌 기업에 다니는 사람들의 부모님은 자녀들에게 자본을 가르치셨던 것 같다. 어떻게 스펙을 만들고, 어떻게 금융 자본을 운용하고, 언제 경제적 자유를 이룰 것인지. 노동의 기술이 아니라 자본의 기술.
투자자 성이사: (혼자 생각하며) "성이사가 어떻게 일을 잘해서 진급하고 어떻게 사회생활을 할지를 고민할 때, 그들은 어떻게 스펙을 더 만들고 금융 자본으로 경제적 자유를 빨리 이룰지를 고민하고 있었다. 같은 시간을 다르게 쓴 것이다."
결국 열심히 노동하는 것보다 금융 자본으로 부를 쌓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것을, 그들은 어렸을 때부터 알았다. 부모로부터 받은 사회적 유산이었다. 성이사는 40대 후반이 되어서야 투자가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ISA, IRP, DC 퇴직연금, 절세 방법, 연금으로 살아가는 방법. 이런 것들을 알게 되면서 후회가 컸다. 일찍부터 투자를 했더라면. 30대 초반부터 매달 S&P 500을 매수했더라면.
복리는 무자비하다. 20년 동안 적립하면 30년의 결과가 나오고, 30년이면 50년의 결과가 나온다. 하지만 시작이 늦으면 그 곡선의 가장 가파른 구간을 놓치게 된다.
부모에게서 받은 사회적 유산이라는 것이, 어쩌면 이런 출발점을 다르게 한다.
이 깨달음에서 투자자 성이사라는 페르소나가 분산되어 나왔다. 성이사의 다중우주에서 가장 늦게 만들어진 페르소나. 직장인 성이사가 노동의 화신이었다면, 투자자 성이사는 자본의 화신이었다. 은행 이자보다 더 크게 돈을 확장할 수 있는 주식에 관심이 많아졌다. 주식에 관심이 많아지면서 사회의 움직임이 보이기 시작했다. 전쟁의 잔혹함을 보면서도 나는 현실에 살아야 한다며 주식 지수를 봤다.
어제의 황과장이 떠올랐다.
황과장이 글로벌 기업 사람들을 동경하는 모습. 그들의 와인 이야기, 유학 이야기, 강남 이야기를 다큐멘터리 시청자의 표정으로 듣던 황과장. 안쓰럽다.
황과장의 동경은 노동의 동경이었다. 나도 저들처럼 좋은 회사에 다니고, 저들처럼 우아하게 와인을 마시고, 저들처럼 강남에 살고 싶다. 하지만 그것은 영원히 도달하기 어려운 산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출발선이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출발선은 따라잡을 수 없어도, 결승선은 같이 도달할 수 있다.
그 결승선이 경제적 자유다.
투자자 성이사가 꿈꾸는 것. 금융 소득이 노동 소득을 커버하는 순간. 월급이 없어도 살 수 있는 상태. 그 순간이 오면, 강남에 사는지 강북에 사는지가 더 이상 의미가 없어진다. 어떤 와인을 마시는지가 의미가 없어진다. 어디서 유학을 했는지가 의미가 없어진다.
왜냐하면 그들이 걸친 스펙, 브랜드로 포장한 겉모습은, 결국 매일 그것을 누리기 위해 월급을 기다리고, 소비를 하고, 또다시 월급날이 되면 침이 고이는 파블로프의 개와 비슷한 사이클의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투자자 성이사: (독백) "그들도 결국 월급의 노예다. 다만 더 비싼 사료를 받는 노예일 뿐이다."
이 생각은 잔인하다. 하지만 사실이다. 글로벌 기업의 레이오프가 발표되면 그들도 흔들린다. 강남 아파트 대출이 있고, 자녀 국제학교 학비가 있고, 파인다이닝의 와인값이 있다. 더 좋은 사료를 받기 위해 더 깊은 우리에 들어가 있는 셈이다.
투자자 성이사는 자유를 꿈꾼다. 우리에서 나오는 자유. 사료가 없어도 사냥할 수 있는 자유. 와인이 아니라 생맥주를 마실 자유. 다리를 건너 강북으로 돌아가도 부끄럽지 않을 자유.
그러기 위해서는 자본이 필요하다.
투자자 성이사는 노트북을 켰다. 증권 계좌 잔고를 봤다. 목표 금액까지는 아직 멀었다. 한참 멀었다.
하지만 가고 있다.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S&P 500 ETF의 평균 매입 단가. 코스피 200의 적립 내역. 미국 배당 다우존스의 분배금 일정. 클로드 코드로 만든 대시보드가 한눈에 보여줬다. 이 차트들이 결국 성이사의 자유를 만들어낼 것이다.
성이사가 AI 레이오프 시대를 잘 통과하고, 자기 이름으로 살아가는 것. 그것이 투자자 성이사의 목표다.
A사 사람들이 와인잔을 흔들 때, 투자자 성이사는 차트를 흔든다. 그것이 다른 종류의 우아함이다. 사회적 유산이 없는 사람의, 늦게 시작한 사람의, 그래도 결승선을 향해 가는 사람의 우아함.
생각에 잠겨 노트북을 보고 있을 때.
장바구니 알림이 떴다.
[10X 매장] 장바구니에 담긴 상품: 에너지젤 12개 (38,000원), 마시는 액상마그네슘 1박스 (24,000원), 크램픽스 4개 (18,000원), 자전거 보급용 파우치 (29,000원). 총 109,000원.
투자자 성이사의 동공이 확장되었다.
투자자 성이사: "야!"
슈퍼 성이사: (어디선가) "왜."
투자자 성이사: "이거 뭐야."
슈퍼 성이사: "내일 라이딩 보급품. 60km 넘게 타려면 필요해."
투자자 성이사: "10만 원이 넘는다고. 사회적 유산도 없는 우리 다중우주가 무슨 사료에 10만 원을 써."
슈퍼 성이사: "사료가 아니라 보급품이야."
투자자 성이사: "사료지. 너의 사료. 너 그거 다 먹고 한강에서 60km 달리면, 그 칼로리는 결국 ETF 한 주 가격이라고."
슈퍼 성이사: "야, 너도 인정해야 할 게 있어."
투자자 성이사: "뭐."
슈퍼 성이사: (웃으며) "고맙다. 너가 그렇게 매주 ETF를 모아주니까 내가 취미생활을 할 수 있는 거야. 너는 잔소리할 자격이 있어. ㅎㅎ"
투자자 성이사: "……."
슈퍼 성이사: "결제할게."
투자자 성이사: "야!"
너무 늦었다. 결제 완료 알림이 카톡으로 도착했다.
사회적 유산이 없는 다중우주가, 슈퍼 성이사의 사료에 10만 원을 또 썼다.
경제적 자유까지 한 걸음 멀어진 토요일 오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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