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까지 내서 러닝을 하는 거 보면 중독자야. 중독자.

2026. 4. 18. 10:27성이사의 다중우주 - 일상 에피소드

이번 주 금요일, 슈퍼 성이사는 휴가를 냈다.

회사에서 "금요일 휴가 사유"를 적는 칸에 뭐라고 쓸까 잠시 고민했다. '개인 사유'라고 적었다. 진짜 사유는 '날씨가 좋아서'였지만, 이것을 적으면 석대표가 의아하게 볼 것이다. 50대 임원이 '날씨가 좋아서' 휴가를 쓰는 것은, 20대가 '비가 와서' 지각하는 것과 같은 수준의 사유다.

그런데 이 날씨 좋은 금요일의 일정을 놓고 작가 성이사와 슈퍼 성이사의 의견이 갈렸다.

 

작가 성이사: "성심당 가자. 대전에 성심당. 튀김소보로 먹으러."

슈퍼 성이사: "여주 아울렛이야. 운동복 장만할 겸."

작가 성이사: "성심당의 튀김소보로와 아메리카노가 봄날에 얼마나 잘 어울리는데. 그리고 대전의 봄 풍경이…"

슈퍼 성이사: "나이키 매장에서 반팔 티셔츠 신상이 나왔어. 아디다스에서 반바지도 봐야 하고."

작가 성이사: "너는 왜 휴가를 쇼핑으로 쓰는 거야."

슈퍼 성이사: "쇼핑이 아니야. 장비 정비야. 군인이 휴가 때 장비 손질하는 거랑 같아."

선택은 와이프의 몫이었다. 다행히 와이프도 운동복이 필요하다고 해서, 여주 아울렛으로 결정.

작가 성이사: (투덜대며) "성심당 튀김소보로…"

슈퍼 성이사: "다음에 가. 튀김소보로는 도망 안 가."

 

금요일 아침. 슈퍼 성이사는 잠자는 딸들을 깨웠다.

슈퍼 성이사: "얘들아, 아울렛에서 옷 한 벌 사줄게. 같이 가자."

큰딸: (이불을 뒤집어쓰며) "귀찮아…"

막내딸: (베개를 끌어안으며) "잠이나 더 잘래…"

슈퍼 성이사가 딸들을 깨우는 모습을 보고 투자자 성이사가 한심하다는 듯 말했다.

 

투자자 성이사: "우리 집에 가장 큰 소비 구멍은 너야, 슈퍼 성이사. 애들에게는 지금의 예쁜 옷보다 ETF 한 주가 미래를 위해 더 필요해."

슈퍼 성이사: "…옷 안 입고 달릴 수는 없잖아."

투자자 성이사: "작년에 산 옷 입어."

슈퍼 성이사: "작년 거는 작년 디자인이야."

투자자 성이사: "러닝할 때 디자인이 중요해? 기능이 중요하지."

슈퍼 성이사: "기능도 업데이트돼. 소재가 달라."

투자자 성이사: "…네 논리의 소재가 매번 달라지는 건 인정한다."

 

와이프와 함께 영동고속도로 위를 달렸다. 금요일 오전의 고속도로는 한산했다. 도심을 벗어나자 하늘이 넓어졌다. 따뜻한 봄날. 남들이 일할 때 쉰다는 상대적 보상 심리. 아울렛에서 어떤 득템을 할까 하는 기대. 기분 좋은 금요일이었다.

나이키 매장. 반팔 티셔츠 2개. 아디다스. 반바지 1벌. 와이프는 여름 바람막이와 반바지 두 벌. 와이프도 2024년 10월부터 달리기를 시작했다가 장경인대 부상으로 1월부터 3월까지 쉬었고, 최근 회복되면서 다시 열심히 달리고 있다.

같은 취미를 가진 부부. 같은 유튜브 채널을 보고, 러닝 정보와 제품 리뷰를 공유한다. 다만 같이 달리지는 않는다. 속도가 맞지 않기 때문에 각자 편한 대로 한강변에서 달린다. 달리다가 마주치면 하이파이브를 하고 "화이팅!"을 외쳐준다.

작년에 속초 여행에서 영랑호를 부부가 같이 한 바퀴 돌았던 기억. 그때의 추억이 아직도 기분 좋게 남아 있다. 같은 속도로, 같은 풍경을 보며, 같은 방향으로 달렸던 그 한 바퀴.

운동복을 사고, 추가로 와이프의 러닝화까지 사고, 점심을 먹고 집에 돌아오니 오후 3시.

슈퍼 성이사는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다. 오늘 사온 새 반팔과 반바지. 태그를 뜯었다. 새 옷의 냄새가 났다.

 

와이프: "지금 또 나가?"

슈퍼 성이사: "10km만."

와이프: "아울렛 갔다 와서 또?"

슈퍼 성이사: "금요일 휴일에 10km를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달리고 싶어. 주말에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와이프: "…알았어. 조심해."

한강변으로 나섰다. 금요일 오후의 한강 러닝 코스. 예상대로 한산했다. 주말이면 러너와 자전거와 산책객으로 복작대는 코스가, 평일 오후에는 아우토반이었다. 독일의 속도 무제한 고속도로처럼, 앞에 아무도 없었다.

 

슈퍼 성이사: (달리며, 속으로) "이것이… 금요일 휴가의 진짜 이유야."

새 반팔이 바람을 가르며 펄럭였다. 새 반바지가 허벅지를 감싸며 자유롭게 움직였다. 보메로 프리미엄의 쿠셔닝이 발바닥을 받쳐줬다. 봄바람. 한강. 오후의 햇빛. 사람 없는 코스.

완벽했다.

3km 지점에서 작가 성이사가 나타났다.

작가 성이사: (달리는 슈퍼 성이사의 옆에서) "야."

슈퍼 성이사: (달리며) "뭐."

작가 성이사: "휴가까지 내서 러닝을 하는 거 보면, 너 중독자야. 중독자."

슈퍼 성이사: (웃으며) "중독이 아니야. 라이프스타일이야."

작가 성이사: "중독자들이 다 그렇게 말해."

슈퍼 성이사: "넌 맥주가 중독이잖아."

작가 성이사: "나는 영감을 위한 것이고."

슈퍼 성이사: "중독자들이 다 그렇게 말해."

작가 성이사: "……."

슈퍼 성이사: "……."

두 사람은 동시에 웃었다. 한강변의 봄바람 속에서.

이 다중우주의 중독자 목록: 슈퍼 성이사(러닝), 작가 성이사(맥주), 투자자 성이사(증권 앱), 직장인 성이사(AI). 건강한 중독은 없다. 다만 즐거운 중독이 있을 뿐.

10km. 완주. 새 옷에 땀이 배었다. 새 옷의 첫 세탁은 슈퍼 성이사의 땀으로.

<쇼핑홀릭 슈퍼성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