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급품 전쟁, 슈퍼 성이사의 일요일 출정 준비

2026. 4. 25. 14:30성이사의 다중우주 - 일상 에피소드

날씨가 따뜻해서 4월에 벌써 초여름 같았다.

슈퍼 성이사는 새로 산 슈퍼블라스트 3를 신고 한강변으로 나왔다. 일본 도쿄에서 데뷔전을 숙취 생존 러닝으로 망쳤던 그 신발이, 드디어 본래의 성능을 보여줄 시간이었다.

날씨가 풀려서인지 신경 쓰이던 거위발건염도 어느 정도 괜찮아졌다. 해가 일찍 떠서 아침에 일찍 달리기를 하면 오후가 한가해진다.

1km 5분 45초로 시작. 페이스를 유지하며 점차 끌어올렸다. 5km 지점에서 5분 30초. 8km 지점에서 5분 20초. 마지막 1km는 5분 10초까지.

10km 평균 5분 20초. 따뜻한 날씨와 가벼워진 복장 덕분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슈퍼블라스트 3의 폼이 본래 성능을 발휘했다. 도쿄에서는 숙취 때문에 미처 알지 못했던 그 반발력.

 

슈퍼 성이사: (달리며, 속으로) "이거 진짜 좋다. 면세 받아서 사길 잘했어."

아침 모닝런을 성공한 슈퍼 성이사는 오후의 편안하고 늘어지는 시간을 작가 성이사에게 선물하고 싶었다.

이런 봄날, 늘어져서 넷플릭스 보면서 맥주 한잔 하는 것은 그야말로 극락이다.

물론 이 발상을 작가 성이사가 들으면 또 펜트리에서 김치냉장고로 맥주를 옮길 것이고, 슈퍼 성이사 본인이 그것을 막아야 하는 모순이 발생하지만, 일단 지금은 관대해지고 싶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한강변을 따라 달리는 로드 자전거의 행렬이 보였다. 카본 프레임. 전동 변속기. 클릿 슈즈. 빕숏과 저지. 슈퍼 성이사의 가슴이 뛰었다.

내일은 일요일이다. 로드를 다시 꺼내 볼까.

슈퍼 성이사의 애마는 카본 프레임에 울테그라 Di2 전동 구동계를 탑재한 로드. 클릿 슈즈를 끼고 한강을 달리면, 바람이 갈라지고 마음속 응어리와 스트레스가 풀어진다.

한강변 잠원공원 쪽에서 한강 라면을 먹으며 강남 쪽을 바라보면 원베일리도 보이고, 잠수교를 열심히 달리는 사람들도 보인다.

투자자 성이사와 슈퍼 성이사가 묘하게 겹치는 공간이다. 슈퍼 성이사는 라이딩의 풍경으로, 투자자 성이사는 부동산의 시세로 그곳을 본다. 같은 강남을 보지만, 보는 렌즈가 다르다.

내일 라이딩을 위해 슈퍼 성이사는 제선생에게 확인을 요청했다.

 

슈퍼 성이사: (타이핑) "오늘 가민 데이터 첨부. 거위발건염 증상 변화: 이제 왼쪽 무릎 안쪽을 꾹꾹 눌러도 통증 없음. 내일 로드 라이딩 가능한지 확인 부탁."

제선생(Gemini): "데이터 분석 결과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슈퍼 성이사: "어서."

제선생: "현재 달리기 기록과 통증 부재로 미루어 볼 때, 거위발건염의 근육들이 다 붙은 상태로 추정됩니다. 활액낭의 붓기도 빠진 것으로 보이며, 압통이 사라진 것이 그 증거입니다."

슈퍼 성이사: "그러면 로드 OK?"

제선생: "그러나 한 가지 경고가 있습니다."

슈퍼 성이사: "또 경고…"

제선생: "로드의 클릿 페달은 발과 페달을 고정시켜 페달링 효율을 극대화하지만, 동시에 무릎 안쪽 근육과 건에 반복적인 부하를 줍니다. 지금 막 회복 중인 거위발건염에 다시 불을 붙일 확률이 있습니다."

슈퍼 성이사: "확률이 얼마야?"

제선생: "정확한 수치는 어렵지만, 회복 직후 클릿 라이딩은 재발률이 일반 대비 2~3배 높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슈퍼 성이사는 잠시 생각했다. 로드를 타고 한강을 가르는 그 쾌감. 카본 프레임의 가벼움. 전동 변속기의 무음 변속. 클릿 슈즈와 페달이 결합되는 그 찰칵 소리. 모든 것을 포기해야 하나.

하지만 거위발건염이 다시 도지면, 또 한 달을 쉬어야 한다. 그러면 봄이 다 지나간다.

 

슈퍼 성이사: (한숨) "…알았어. 내일도 브롬톤이야."

브롬톤. 로시난테. 작은 바퀴의 노새. 클릿이 아닌 일반 페달. 시속 20km 정도로 천천히. 풍경을 보면서. 안전하게.

승리는 가끔 포기와 같은 모양이다.

 

내일 라이딩을 위해 보급품을 점검했다.

한강 하트코스는 60~70km. 중간중간 보급이 필수다. 보급이 끊기면 저혈당 쇼크가 올 수 있고, 쥐가 나서 못 움직일 수도 있다. 라이딩 중간에 길에서 쓰러지는 것은 다중우주 전체의 망신이다.

보급 박스를 열었다.

 

슈퍼 성이사: "에너지젤… 없네."

슈퍼 성이사: "마시는 액상마그네슘… 어, 한 통도 없네."

슈퍼 성이사: "크램픽스… 빈 봉지만 있네."

세 가지가 모두 떨어져 있었다. 라이딩 보급의 삼총사가 전멸한 상태. 이대로 60km를 나가는 것은 무장 해제 상태로 전쟁터에 가는 것과 같다.

슈퍼 성이사는 10X 매장 앱을 열었다. 익숙한 화면. 익숙한 검색어. 익숙한 장바구니.

에너지젤 12개. 38,000원. 마시는 액상마그네슘 1박스. 24,000원. 크램픽스 4개. 18,000원. 이왕 사는 김에, 자전거 보급용 파우치도 새로 사자. 29,000원.

총 109,000원.

 

슈퍼 성이사: (장바구니를 보며, 잠시 망설임) "…좀 많나?"

하지만 망설임은 짧았다. 라이딩의 안전이 우선이었다. 슈퍼 성이사는 결제 버튼을 누르려다가, 잠시 자리를 비웠다. 화장실에 다녀오는 사이.

투자자 성이사가 노트북을 열었다. 장바구니 알림이 떠 있었다.

[10X 매장] 장바구니: 109,000원

 

투자자 성이사: "야!"

슈퍼 성이사: (화장실에서 나오며) "왜."

투자자 성이사: "이게 뭐야 이게."

슈퍼 성이사: "내일 라이딩 보급품."

투자자 성이사: "보급품이 10만 원이 넘어?"

슈퍼 성이사: "다 떨어졌어. 한꺼번에 사야 해."

투자자 성이사: "한꺼번에 사면 더 비싸지잖아."

슈퍼 성이사: "안 한꺼번에 사도 어차피 다 사야 해."

투자자 성이사: "취미생활에 돈 좀 아껴 써. 경제적 자유가 우선이다."

슈퍼 성이사는 잠시 생각했다. 그리고 웃었다.

슈퍼 성이사: "야, 인정할 게 있어."

투자자 성이사: "뭐."

슈퍼 성이사: "고맙다. 네가 그렇게 매주 ETF를 모아주니까, 내가 이렇게 취미생활을 할 수 있는 거야. 너는 잔소리할 자격이 있어. ㅎㅎ"

투자자 성이사: "……."

슈퍼 성이사: (결제 버튼을 누르며) "결제할게."

투자자 성이사: "야!"

너무 늦었다. 결제 완료. 카톡 알림.

투자자 성이사: (어이없이) "너… 진짜…"

슈퍼 성이사: "내일 안전하게 라이딩하고 올게. 너가 모은 ETF의 미래 가치를 떨어뜨리지 않으려면, 나도 살아 있어야 하잖아."

투자자 성이사: "그건 또 무슨 논리야."

슈퍼 성이사: "내가 죽으면 다중우주가 사라져. 다중우주가 사라지면 너의 ETF도 의미가 없어. 그러니까 109,000원은 ETF 보호비야."

투자자 성이사: "……."

슈퍼 성이사: "맞지?"

투자자 성이사: (소파에 쓰러지며) "…논리가 항상 새롭네 너는."

슈퍼 성이사: (만족스러운 미소) "좋은 라이더는 좋은 보급품에서 시작돼."

이 다중우주의 전쟁은 외부에 있지 않다. 카드 결제와 잔소리 사이에 있다.

<슈퍼성이사가 한강변을 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