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3. 8. 12:45ㆍ성이사의 다중우주 - 일상 에피소드
금요일 저녁. 성이사의 다중우주에 휴전이 선포되었다.
투자자 성이사가 주말 내내 잠을 자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주식 패닉으로 탈진한 투자자 성이사는 이불 속으로 들어갔고, 직장인 성이사도 민팀장의 퇴사 충격으로 기진맥진한 상태였다. 두 사람이 동시에 다중우주의 주인공 자리를 내놓은 것은 사상 초유의 사건이었다.
주말의 바통은 슈퍼 성이사와 작가 성이사에게 넘어갔다.
슈퍼 성이사는 먼저 해야 할 일이 있었다. 아식스 공식 홈페이지를 방문했다. 그가 기다리고 기다리던 슈퍼블라스트 3가 출시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것이다. 슈퍼블라스트 시리즈는 슈퍼 성이사의 일상화 겸 가벼운 러닝화로, 2가 너무 좋았기에 3에 대한 기대가 하늘을 찔렀다.
홈페이지를 열었다.
SOLD OUT.
슈퍼 성이사: "…뭐?"
모든 사이즈. 모든 컬러. 전멸.
슈퍼 성이사: "투자자 성이사는 주식 타이밍을 놓치고, 나는 신발 타이밍을 놓치고. 이 다중우주 타이밍 감각 좀…"
아쉬움을 삼키고, 슈퍼 성이사는 기존 러닝화의 끈을 묶었다. 이럴 때일수록 건강해져야 한다. 투자자 성이사와 직장인 성이사가 쓰러진 지금, 이 다중우주의 체력을 책임지는 것은 자신뿐이다.
토요일 오전. 한강 10km.
슈퍼 성이사는 출발선에 섰다. 오늘은 다르다. 겨우내내 부상을 조심하며 5분 20초 페이스를 최고 속도로 유지해왔지만, 오늘은 밀어붙이기로 했다. 성이사와 투자자 성이사가 다시 기력을 회복하려면, 슈퍼 성이사가 강한 도파민을 뿜어내야 한다. 그러려면 심장이 터질 것 같은 수준의 러닝이 필요하다.
보폭을 늘렸다. 겨우내 조심하던 보폭이다. 심박수가 치솟았다. 160, 170, 175—
시계가 알렸다.
키로당 4분 50초.
겨울 내내 5분 20초가 최고 속도였다. 30초를 단축한 것이다. 30초. 숫자로는 작지만, 심폐와 근육에게는 완전히 다른 차원이었다. 산소가 부족했다. 허벅지가 불탔다. 세상이 좁아졌다.
슈퍼 성이사: (속으로, 헐떡이며) "이건… 성이사를 위해서… 투자자 성이사를… 위해서…"
5km. 반환점. 여기서부터가 진짜다.
6km. 폐가 비명을 질렀다.
7km. 시야에 별이 보이기 시작했다.
8km. 다리가 납덩이가 되었다. 하지만 멈추지 않았다. 이번 주에 다중우주 전체가 무너질 뻔했다. 주가도, 동료도, 자존감도. 슈퍼 성이사가 지금 여기서 멈추면, 다중우주의 마지막 기둥이 쓰러진다.
9km. 10km.
완주. 50분 4초.
평속 5분. 겨울 시즌 최고 기록을 30초 넘게 갈아치웠다.
슈퍼 성이사는 결승점 너머로 비틀거리며 걸었다. 무릎에 손을 짚고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심장이 갈비뼈를 두드리고 있었다.
그리고 슈퍼 성이사는 성이사의 다중우주에 선언을 했다.
슈퍼 성이사: "오늘 밤, 성이사가 좋아하는 맥주를 집에서 무제한으로 마실 수 있다."
이 한마디에 다중우주가 뒤집어졌다.
주말 내내 잠을 자겠다던 투자자 성이사가 이불을 걷어찼다.
투자자 성이사: (벌떡 일어나며) "뭐? 맥주? 무제한?"
주식 패닉에 탈진했다던 직장인 성이사도 눈을 떴다.
직장인 성이사: "…진짜?"
슈퍼 성이사: "진짜. 내가 10km를 50분에 뛰었다. 오늘의 칼로리 예산은 충분하다."
투자자 성이사: "맥주 비용은?"
슈퍼 성이사: "집에 있는 거 마시는 거야. 추가 비용 제로."
투자자 성이사: "좋아. 나 참여."
성이사는 아내에게 말했다.
성이사: "자기, 오늘 좀 마실게."
아내: (무표정) "집에서 술 안 마시겠다고 한 거 본인이잖아."
성이사: "…그건 그때고."
아내: "본인이 알아서 해."
허가가 아니라 방임이었다. 하지만 성이사에게는 그것으로 충분했다.
토요일 밤. 이성이 죽고 감성이 깨어나는 시간.
주도권은 작가 성이사에게 넘어갔다.
작가 성이사: "오늘 밤의 테마는 '낭만'이다. 넷플릭스 켜."
직장인 성이사: "뭐 볼 건데."
작가 성이사: "'월간 남친'. 봄이니까."
투자자 성이사: "그게 뭔데."
작가 성이사: "너는 몰라도 돼. 맥주나 마셔."
첫 캔을 땄다. 차가운 맥주가 목을 타고 내려갔다. 이번 주의 긴장이 거품과 함께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넷플릭스의 '월간 남친'이 재생되었다. 작가 성이사는 봄밤의 분위기에 취했고, 직장인 성이사는 민팀장의 퇴사를 잊고 싶었고, 투자자 성이사는 차트 대신 TV 화면을 보는 것만으로도 치유가 되었다.
한 캔이 두 캔이 되고, 두 캔이 세 캔이 되었다.
슈퍼 성이사: (세 번째 캔에서) "야, 좀 줄여."
작가 성이사: (네 번째 캔을 따며) "봄밤에 맥주 세 캔이 말이 돼? 네 캔은 기본이야."
슈퍼 성이사: "내일 블로그 써야 하잖아."
작가 성이사: "아~ 그런가. 몰라. 귀찮아. 오늘을 즐겨라. 인생은 내일 생각해."
작가 성이사가 냉장고로 가서 다섯 번째 캔을 가져왔다.
슈퍼 성이사: "야!"
작가 성이사: (캔을 따는 소리 — 프쉬) "이건 네 축하주야. 10km 50분이라며. 대단하잖아."
슈퍼 성이사: "…축하주라고 하면 못 말리지."
다섯 캔. 500ml 기준 2.5리터. 슈퍼 성이사가 오전에 뛴 10km의 칼로리를 맥주가 충실하게 상쇄하고도 남았다.
일요일 아침.
슈퍼 성이사는 눈을 떴다. 정확히 말하면, 머리가 깨질 듯한 두통에 의해 강제로 기상했다.
슈퍼 성이사: (이마를 짚으며) "…으."
숙취. 머리가 아팠다. 위장이 뒤틀렸다. 몸이 납덩이 같았다. 어젯밤의 다섯 캔이 오늘 아침의 청구서를 보내온 것이다.
슈퍼 성이사: "오늘은 내가 죽겠다. 오늘은… 쉬어야 하는 거 아냐."
쉬고 싶었다. 진심으로. 이불을 뒤집어쓰고 투자자 성이사처럼 하루 종일 자고 싶었다.
하지만 슈퍼 성이사의 눈이 옷걸이에 걸린 러닝복을 향했다.
…안 돼.
아침 러닝은 슈퍼 성이사의 정체성이었다. 컨디션이 좋든 나쁘든, 날씨가 좋든 나쁘든, 주가가 오르든 내리든, 아침에 달리는 것. 그것이 슈퍼 성이사가 이 다중우주에서 존재하는 이유다.
숙취로 쓰러진 날에도 달리지 않으면, 슈퍼 성이사는 슈퍼가 아니라 그냥 성이사다.
슈퍼 성이사: (침대에서 일어나며, 비틀거리며) "…러닝복 어디 있지."
서랍을 열었다. 러닝복을 꺼냈다. 팔을 넣고, 지퍼를 올렸다. 러닝화의 끈을 묶었다. 동작 하나하나가 전날의 세 배로 느렸지만, 멈추지 않았다.
투자자 성이사: (이불 속에서 중얼거리며) "미친 거 아냐?"
슈퍼 성이사: "미쳤지. 근데 어쩔 수 없어."
직장인 성이사: (베개에 얼굴을 묻으며) "거리라도 줄여."
슈퍼 성이사: "5km만 할게."
현관을 나섰다. 공기가 차갑고 상쾌했다. 머리는 여전히 아팠지만, 발은 앞으로 나아갔다.
5km. 숙취 러닝.
페이스는 형편없었다. 키로당 6분이 넘었다. 어제의 4분 50초가 거짓말 같았다. 하지만 슈퍼 성이사는 알고 있었다. 이 5km는 어제의 10km보다 힘들고, 어제의 10km보다 의미 있다. 완벽한 컨디션에서 빠르게 달리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 숙취에 절어서, 머리가 깨지는 와중에, 그래도 러닝화를 신고 나가는 것. 그게 슈퍼 성이사다.
달리는 것을 멈추면, 나는 그냥 맥주 다섯 캔 마신 50대 아저씨일 뿐이다.
5km를 마치고 돌아왔다. 샤워를 하고 나오니 몸이 개운했다. 숙취는 절반으로 줄었고, 머릿속이 맑아졌다.
슈퍼 성이사: (거울 앞에서) "…역시 달려야 사람이야."
작가 성이사: (소파에서 커피를 마시며, 죄책감 가득한 표정으로) "…미안. 다섯 캔은 내 잘못이야."
슈퍼 성이사: "여섯 번째를 안 딴 것만으로도 다행으로 알아."
작가 성이사: "…여섯 번째, 사실 따려다가 참았거든."
슈퍼 성이사: (한숨) "…이 다중우주에 금주법이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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