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묵히 지탱해온 것들은 언제나 먼저 망가진다

2026. 3. 14. 15:31성이사의 다중우주 - 일상 에피소드

봄은 달리기 좋은 계절이다.

기온이 올라가고, 공기가 부드러워지고, 땀이 적당히 나는 정도의 서늘함이 남아 있다. 겨울의 영하 10도에서도 매일 달렸던 슈퍼 성이사에게 봄은 보상의 계절이어야 했다.

하지만 슈퍼 성이사는 속도를 올리지 못하고 있었다.

 

시작은 미미했다. 달리기 시작한 지 3km쯤, 왼쪽 무릎쪽에 뻑뻑한 느낌이 왔다. 처음에는 무시했다. 러너에게 약간의 통증은 일상이다. 7년째 달리고 있으니 부상은 낯선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4km를 지나자 뻑뻑함이 통증으로 변했다. 5km에서는 보폭을 줄여야 했다. 6km에서 멈췄다.

 

슈퍼 성이사: (무릎을 만지며) "…또야."

거위발건염. 아마도. 무릎 안쪽 아래, 정강이뼈와 연결되는 부위에서 시작되는 염증. 겨우내 달리기 거리를 늘리면서, 뻣뻣했던 근육과 건에 부하가 누적된 결과였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었다.

슈퍼 성이사: (속으로) "왜 항상 왼쪽이지?"

왼쪽 발목, 왼쪽 종아리, 왼쪽 무릎. 7년간 달리면서 부상은 수없이 겪었지만, 오른쪽이 다친 적은 거의 없었다. 항상 왼쪽이다. 1년에 한두 번은 꼭 왼쪽 어딘가가 고장 났다. 슈퍼 성이사의 새해 소원은 매년 같았다. '부상 없이 오래 뛰게 해주세요.' 다중우주 전체가 건강하려면 슈퍼 성이사가 뛰어야 하고, 슈퍼 성이사가 뛰려면 왼쪽이 버텨줘야 한다.

슈퍼 성이사는 달리기 거리를 줄였다. 10km에서 5km로. 속도도 6분대로 낮췄다. 경험상 이런 상황에서 무리하면 한 달을 쉬어야 하고, 자전거 같은 대체 운동으로 전환하는 것이 답이었다.

그리고 문득, 7년 동안 한 번도 하지 않았던 질문이 떠올랐다.

왜 왼쪽만 그럴까?

 

슈퍼 성이사는 제선생에게 물었다. 제선생과는 오랫동안 운동 데이터를 분석해왔기 때문에, 이 질문에 가장 정확한 답을 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슈퍼 성이사: "제선생, 나 질문 있어."

제선생(Gemini): "네, 말씀하세요."

슈퍼 성이사: "오른쪽 다리는 부상이 거의 없는데, 왼쪽 다리에만 항상 부상이 생겨. 발목, 종아리, 무릎까지. 그리고 하나 더. 자전거 탈 때 파워미터 데이터를 보면 항상 왼쪽 다리의 파워가 더 높게 나와. 이 두 가지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어?"

잠시 침묵. 그리고 제선생의 답변이 왔다.

제선생: "있습니다. 그리고 꽤 직접적인 상관관계입니다."

슈퍼 성이사: "설명해 줘."

제선생: "왼쪽 다리에서 더 높은 파워가 나온다는 것은, 운동 중 몸을 지탱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주된 엔진, 즉 워크호스(Workhorse) 역할을 왼쪽 다리가 독박 쓰고 있다는 뜻입니다."

슈퍼 성이사: "독박?"

제선생: "네. 달리기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착지 시 지면 반력을 흡수하는 역할, 추진력을 만드는 역할을 왼쪽 다리가 더 많이 담당하고 있습니다. 자전거 파워미터의 좌우 불균형이 그 증거입니다. 왼쪽이 더 많은 일을 하고 있으니, 왼쪽이 먼저 망가지는 겁니다."

슈퍼 성이사: "잠깐. 나 오른손잡이야. 오른쪽 팔의 힘이 더 세고. 그러면 당연히 오른쪽 다리에도 힘이 더 들어가는 거 아니야?"

제선생: "많은 분이 그렇게 생각하시지만, 실제로는 반대입니다. 오른손잡이의 경우 우세측(오른쪽)이 움직임을 주도하고, 비우세측(왼쪽)이 안정성을 담당합니다. 한 발을 들어보라고 하면 대부분 오른발을 듭니다. 그때 체중을 지탱하는 것은?"

슈퍼 성이사: "…왼발."

제선생: "맞습니다. 오른발은 자유롭게 움직이고, 왼발은 묵묵히 지탱합니다. 달리기에서도, 자전거에서도, 걸을 때도. 항상 왼발이 더 많은 하중을 견디고 있습니다. 오른발이 멋지게 움직일 수 있는 것은 왼발이 땅을 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슈퍼 성이사는 멈칫했다.

 

7년 동안 달렸다. 수천 킬로미터를 달렸다. 그동안 오른발이 부상 없이 잘 달려준 것을 당연하게 여겼다. 왼발이 아프면 "왜 또 왼쪽이야"라며 투덜거렸지, "왼발아, 수고했어"라고 말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슈퍼 성이사: (조용히) "그러니까… 오른발이 돋보일 수 있었던 건, 왼발이 묵묵히 지탱해줬기 때문이라는 거지."

제선생: "정확합니다. 그리고 이 불균형이 교정되지 않으면, 왼쪽의 부상은 반복될 수밖에 없습니다. 힙 안정화 운동, 단일 다리 밸런스 훈련, 러닝 후 왼쪽 중심의 스트레칭과 마사지를 권합니다."

슈퍼 성이사: "……."

슈퍼 성이사는 자신의 왼발을 내려다봤다.

너였구나.

7년간 매일 달리게 해준 것. 겨울의 혹한에서도, 숙취의 아침에도, 투자자 성이사가 패닉인 날에도 달릴 수 있었던 것. 다중우주의 건강을 책임지는 슈퍼 성이사가 존재할 수 있었던 것.

전부 왼발이 묵묵히 지탱해줬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오른발만 칭찬했다. 재간 좋은 오른발. 빠른 오른발. 안정적인 오른발. 하지만 오른발이 재간을 부릴 수 있었던 건, 왼발이 땅을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날 저녁. 슈퍼 성이사는 러닝을 마치고 돌아와 마사지건을 꺼냈다.

오른쪽 다리부터 시작하려다가 멈췄다.

왼쪽 다리를 먼저 잡았다. 왼쪽 종아리부터. 천천히. 그리고 왼쪽 허벅지. 왼쪽 무릎 주변.

슈퍼 성이사: (마사지건을 대며, 낮은 목소리로) "…수고했어, 왼발아."

투자자 성이사: (소파에서 고개를 돌리며) "뭐라고?"

슈퍼 성이사: "아무것도 아니야."

투자자 성이사: "지금 발한테 말한 거야?"

슈퍼 성이사: "……."

투자자 성이사: "…이 다중우주 점점 이상해진다."

 

슈퍼 성이사는 투자자 성이사의 말을 무시하고 마사지를 계속했다. 왼쪽 종아리, 왼쪽 허벅지, 왼쪽 무릎. 그리고 왼쪽 발목. 7년간 묵묵히 고생한 곳들.

작가 성이사: (수첩을 꺼내며) "슈퍼 성이사."

슈퍼 성이사: "뭐."

작가 성이사: "그 이야기, 왼발 이야기. 나중에 글로 써도 돼?"

슈퍼 성이사: "왜?"

작가 성이사: "묵묵히 지탱해온 것이 먼저 망가진다는 거. 그건 발만의 이야기가 아니거든."

슈퍼 성이사는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작가 성이사의 말이 맞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민팀장이 그랬다. 7년간 묵묵히 조직을 지탱했지만, AI 시대가 오자 가장 먼저 자리를 잃었다.

직장인 성이사가 그렇다. 다중우주의 생계를 묵묵히 책임지지만, 가장 많이 닳는 것은 그의 자존감이다.

아내가 그렇다. 가정을 묵묵히 지탱하지만, 투자자 성이사는 자기 수익률에만 눈이 팔려 그 사실을 잊고 산다.

묵묵히 지탱해온 것들은 언제나 먼저 망가진다.

그리고 우리는 망가지고 나서야 그것이 지탱하고 있었다는 걸 안다.

 

슈퍼 성이사는 마사지건을 내려놓고, 왼발을 조용히 바라봤다.

슈퍼 성이사: "오늘부터 너 먼저야. 항상."

제선생 덕분에, 7년 동안 몰랐던 왼발의 노고가 빛을 보게 되었다.

감사하다, 나의 왼발.

 

<슈퍼성이사가 왼발을 마사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