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웨딩과 노셀링, 투자자 성이사의 각자도생 경제학

2026. 4. 11. 16:42성이사의 다중우주 - 일상 에피소드

투자자 성이사는 이번 주에도 스트레스가 점점 커졌다.

이란 전쟁의 상황이 하루가 다르게 바뀌고 있었다. 2주간 휴전을 한다고 했다가 또다시 호르무즈 해협이 막혔다는 소식. 코스피는 6,000선 근처까지 올랐다가 다시 흘러내렸다. 환율과 유가가 롤러코스터를 탔다.

중동 상황에 따라 주식이 오르락내리락, 환율과 유가가 왔다 갔다 하는 현상이 노멀인 뉴노멀 시대.

투자자 성이사는 이런 와중에도 DC 퇴직연금 계좌의 리밸런싱에 집중했다. 코스피 200 ETF, S&P 500, 나스닥 100, 미국 배당 다우존스. 원칙은 퇴직연금 예금 만기가 돌아올 때마다 정해진 일정대로 투자하는 것. 하지만 장이 이렇게 널뛰기를 하니 원칙을 지키기가 쉽지 않았다.

 

투자자 성이사: "클선생, 이번 주는 나스닥 100에 넣으려고 했는데, 2주 휴전 기대감으로 너무 올랐어. 다음 주까지 상황을 알 수 없으니, 이번 주는 미국 배당 다우존스에 넣는 게 낫지 않을까?"

클선생(Claude): "우리의 원칙은 정해진 날짜에 정해진 상품에 넣는 것입니다. 순서를 바꾸면 원칙이 무너집니다."

투자자 성이사: "아니, 들어봐. 어차피 순서만 바뀌는 거지 총량은 같아. 그리고 지금 나스닥 기대로 다우존스가 상대적으로 빠져 있으니까, 이번 주에 다우존스를 사는 게 효율적이잖아."

클선생: "원칙에 '효율적'이라는 변수를 추가하면, 매주 새로운 판단을 해야 합니다. 그것은 원칙이 아니라 재량입니다."

투자자 성이사: "클선생, 원칙이 대쪽같은 건 좋은데, 시장이 대쪽같지 않잖아."

 

투자자 성이사는 현재의 주가와 시장 데이터를 근거로 밀어붙였다. 나스닥 기대감으로 다우존스가 상대적 저점인 것, 휴전의 불확실성이 높은 것, 순서 변경이 총 투자 금액에 영향을 주지 않는 것.

클선생이 데이터를 분석했다. 잠시 후.

 

클선생: "…현재 시장 상황을 분석한 결과, 투자자 성이사님의 주장이 타당합니다. 이번 주 다우존스 매수를 허용합니다."

투자자 성이사: (속으로, 가슴을 쓸어내리며) "…겨우 설득했다."

 

가끔 투자자 성이사는 클선생의 대쪽 같은 원칙주의를 설득하느라 땀을 뻘뻘 흘린다. 하지만 이렇게 서로 타협하면 클선생은 언제나 가장 효율적인 파트너가 된다.

AI와 토론해서 이기는 것이 요즘 투자자 성이사의 가장 큰 보람이다. 수익률보다 크다.

 

투자자 성이사가 클선생과 토론을 하던 중, 거실에서 와이프와 장모님의 통화 소리가 들렸다.

장모님: (전화기 너머) "주말에 사촌 결혼식 하는데 같이 가자."

와이프: "엄마, 요즘 같은 노웨딩 시대에 누가 친척 결혼식을 다 챙겨."

장모님: "아니 그래도 사촌인데…"

와이프: "몰라 바쁘고 나는 걔가 누구인지도 몰라.."

투자자 성이사는 귀를 기울였다.

 

노웨딩.

며칠 전의 기억이 떠올랐다. 성이사의 팀 한사원이 결혼 휴가를 간다고 했다.

성이사:  "축하해요. 청첩장은?"

한사원: "이사님, 노웨딩이에요."

성이사: "…노웨딩?"

 

한사원: "네. 결혼식은 안 해요. 혼인신고만 하고 여행 가요."

그때 투자자 성이사가 성이사에게 물었었다.

투자자 성이사: (그때) "노웨딩이면 축의금 내야 해?"

성이사: (그때) "이것도 AI한테 물어봐야 하나?"

 

노웨딩. 각자도생의 시대.

주고받는 것이 없는 각자의 삶. 결혼식도 안 하고, 축의금도 안 내고, 친척 모임도 안 가고. 과거에는 경조사가 사회적 투자였다. 축의금 30만 원을 내면 나중에 내 결혼식에 30만 원이 돌아왔다. 일종의 상호부조 시스템. 하지만 결혼을 안 하면 이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다.

투자자 성이사는 생각했다.

 

투자자 성이사: (속으로) "노웨딩이 투자 세계에도 적용되는 거 아닐까. 노셀링. 안 팔기. 한국인 평균 보유 일수가 6일이라는데, 6일 만에 파는 건 결혼식 당일에 축의금 돌려달라는 거랑 비슷한 거 아닌가. 길게 가져가는 게 진짜 투자인 것처럼, 노웨딩이 진짜 결혼인지도 모르겠다."

거실에서 와이프와 장모님의 통화가 계속되고 있었다.

 

와이프: "난, 안가. 그리고 축의금도 못 내."

장모님: (한숨) "…세상 참 많이 변했다."

투자자 성이사는 속으로 바랐다. 와이프가 장모님을 설득해서 시간도 확보하고, 참석을 안 하니 축의금도 안 내기를. 20~30만 원이면 미국 배당 다우존스 ETF를 몇 주 더 살 수 있다.

 

투자자 성이사: (속으로) "각자도생의 시대. 축의금도 노셀링. 결혼식도 노웨딩. 주식도 노셀링. 다 안 하는 게 답인 시대."

작가 성이사: (옆에서, 수첩을 꺼내며) "그건 좀 슬픈 결론 아니야?"

투자자 성이사: "슬프든 말든, 30만 원이면 ETF 두자리 숫자로 매수가 가능해."

작가 성이사: "…넌 정말 일관되게 슬프다."

<노웨딩의 시대 축의금은 굳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