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서지 마라. 천재(AI)는 이용하는 것이다.

2026. 5. 1. 15:17성이사의 다중우주 - 일상 에피소드

작가 성이사는 이번 주, 성이사가 클로드로 인사평가를 5분 만에 완성하는 것을 보면서 한 가지 생각이 자꾸 떠올랐다.

이제 내가 글을 쓸 일이 없어지고 있는 것 아닐까.

성이사가 AI로 일을 하는 것을 보면, 하루가 다르게 응용력이 늘고 있다. 지난주에는 슬랙 분석으로 클라우드 계약 건을 정리했고, 이번 주는 인사평가서를 5분 만에 만들었다. 다음 주에는 또 무엇을 자동화할까.

그리고 변화는 회사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었다. 집에서도.

 

두 딸이 클선생을 결제해달라고 했다.

첫째 딸 유진: "아빠, 제선생만으로는 안 돼."

성이사: "왜?"

유진: "학교 숙제 양이 너무 많아. 제선생은 토큰이 작고, 답변 깊이도 좀 부족해."

둘째 딸 유아: "맞아. 클로드 결제해줘. 학교 숙제용으로."

성이사: (잠시 망설이다가) "…알았어. 결제해줄게."

결제했다. 그리고 며칠 후, 변화가 나타났다.

컴퓨터공학과를 다니는 둘째 딸이 어느 날 거실에서 노트북을 닫으며 한숨을 쉬었다.

 

 성이사: "왜 그래?"

유아: "…아빠, 학교 숙제 30분 만에 끝냈어." 

성이사: "오, 잘했네."

유아: "코드 작성부터 AR 뷰까지. 클로드로 다 했어."

성이사: "그러면 좋은 거 아니야?

유아: (잠시 침묵) "…근데 아빠, 내가 왜 프로그램을 배우는지 모르겠어."

작가 성이사는 성이사와 딸의 대화를 지켜 보면서 멈칫했다. 둘째 딸의 그 한마디가 가슴을 쳤다.

컴퓨터공학과 학생이, 코드를 짜는 학생이, AI에게 코드를 시키고 30분 만에 숙제를 끝낸 후 — 자기가 왜 학교에 다니는지 모르겠다고 한다.

이것은 둘째 딸의 문제가 아니었다. 시대의 문제였다. 그리고 이 시대가 던지는 질문에 작가 성이사도 답을 갖고 있지 않았다.

국문학과를 다니는 첫째 딸도 비슷한 변화를 보였다.

 

유진: "아빠, 클로드가 진짜 좋네."

성이사: "어떤 점이?"

유진: "글 첨삭이 제선생보다 훨씬 좋아. 근데 한 가지 문제가 있어."

성이사: "뭐?"

유진: "토큰이 너무 작고, 언제 사용량 한계가 떴는지 알람이 없어서, 중요한 작업 중에 끊길까 봐 무서워.

 

작가 성이사는 유진이 사용량을 초과하는 것을 보며, 자기도 모르게 한숨을 쉬었다.

 

그날 밤. 작가 성이사는 베란다에 서서 생각에 잠겼다.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작가 성이사라는 페르소나가 이 다중우주에서 가장 위협받고 있다.

성이사의 인사평가서. 5분. 클로드가 쓴 문장은 매끄럽고, 합리적이고, 미려했다. 작가 성이사가 새벽 4시에 망설이며 쓴 문장보다 더 빠르고, 더 정확했다.

나의 50대는 어떻게 될까.

작가 성이사는 작가의 노후를 걱정했다. 글을 쓸 수 없는 작가는 작가가 아니다. 그리고 AI가 글을 더 잘 쓰게 되면, 작가의 자리는 어디에 있는가?

그러다가, 더 큰 걱정이 떠올랐다.

아니, 내 노후보다 아이들의 미래가 더 걱정이다.

둘째 딸은 컴퓨터공학과인데 "내가 왜 프로그램을 배우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첫째 딸은 글쓰기 숙제를 클로드로 다 하고 있다. 그 두 딸이 사회에 나갈 때, 그들의 경쟁자는 누구일까?

동료가 아니다. AI다. 혹은 AI를 잘 쓰는 동료다.

이 시대를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작가 성이사는 답을 찾지 못했다.

 

그러다가, 한 가지 통찰이 떠올랐다.

…잠깐. 성이사는 이 환경에 익숙하지 않나?

작가 성이사는 성이사의 과거를 더듬어봤다.

성이사에게는 형이 있었다.

태어날 때부터 있었던 형. 자연스러운 환경의 일부. 그런데 어느 날 그 형이 수학 경시대회에서 1등을 찍었다. 전교 1등을 했다. S대 공대를 갔다. 석사까지 졸업했다. 성이사는 그런 형 밑에서 자랐다. 엄청난 트레이닝이었다.

 

논리적이고 수리적인 질문에 성이사는 꼼짝을 할 수 없었다. 반박할 근거를 찾아와도, 형은 새로운 이론으로 성이사의 이론을 깨버렸다. 성이사가 한 단계를 올리면, 형은 두 단계를 올렸다. 성이사가 따라잡으려고 하면, 형은 이미 다음 정거장에 있었다.

이런 일이 반복되자 성이사는 깨달았다.

천재와 싸우는 것보다, 천재의 도움을 구하는 것이 낫다.

고민이 생기면 형과 논의했다. 형의 경험과 조언을 결합해서 더 합리적인 결론에 도달했다. 성이사가 컴퓨터공학과를 선택한 것도 형이 "앞으로는 컴퓨터의 시대"라고 했기 때문이다. 취직, 결혼, 집을 살 때도 형과 이야기했다.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라, 천재 형의 통찰을 더해서 결정을 내렸다.

그것이 천재 옆에 있는 사람의 생존 전략이었다.

 

그리고 성이사에게는 또 한 명의 천재가 있다.

석대표.

회사를 창업하고 스스로 키운 인물. 가설을 세우고 회사를 거대한 실험실로 쓰는 사람. 매주 새로운 가설을 던지고, 그 가설을 검증하라고 임원들에게 시킨다.

 

성이사는 석대표와 맞서지 않았다. 대신 그의 가설을 실현해줬다. 성이사가 직접 가설을 세우려 하지 않았다. 가설은 석대표의 영역이고, 실현은 성이사의 영역이었다. 그렇게 분업하며 회사도 성장했고, 성이사도 임원이 되었다.

성이사의 인생은 늘 천재 옆에 있었다.

형. 석대표. 두 명의 천재. 그리고 지금, 세 번째 천재가 등장했다.

AI.

 

아니, AI는 천재가 아니라 초천재다. 형도, 석대표도, 한 분야의 천재였다. 형은 수학과 공학에서, 석대표는 사업과 가설 설정에서. 하지만 AI는 모든 분야를 동시에 한다. 글쓰기, 코딩, 분석, 평가, 통역. 사람이 평생 하나도 못 잡는 것을 AI는 모두 잡는다.

그러면 어떻게 살 것인가?

작가 성이사는 답을 알았다.

천재와는 맞서지 마라.

천재는 이용하는 것이다.

이것이 성이사가 60년 인생에서 두 번의 천재(형과 석대표)를 통해 배운 생존 전략이었다. 그리고 세 번째 천재인 AI에게도 같은 전략이 통한다.

 

작가 성이사는 베란다에서 거실로 돌아왔다. 성이사가 소파에 앉아 핸드폰을 보고 있었다.

작가 성이사: "야, 성이사."

성이사: "왜."

작가 성이사: "지금 첫째랑 둘째한테 가서 이야기 좀 해."

성이사: "뭘?"

작가 성이사: "딸들이 지금 겪는 일은, 사실 너의 과거 경험이랑 비슷해."

성이사: "…뭐?"

작가 성이사: "너 형 옆에서 자란 경험. 그리고 석대표 밑에서 일한 경험. 천재 옆에서 살아남는 법, 너가 평생 배운 거잖아."

성이사: (잠시 생각하다가) "…아."

작가 성이사: "딸들에게 그 노하우를 전수해. 천재와 싸우지 마라. 이용해라. 지금 그들에게 천재는 AI고."

성이사: "내가 그렇게 정리해서 말한 적은 없는데…"

작가 성이사: "지금 정리해. 가서 말해."

성이사는 일어났다. 첫째 딸 방문을 두드렸다.

 

성이사: "유진아."

유진: "응?"

성이사: "잠깐 이야기 좀."

유진: (노트북에서 눈을 떼며) "왜?"

성이사: "너희 둘 다 들어. 둘째도 와."

둘째 딸 유아도 옆방에서 나왔다. 두 딸이 거실 소파에 앉았다. 성이사도 마주 앉았다.

성이사: "한 가지 이야기해주려고."

첫째: (시큰둥) "…뭔데?"

성이사: "너희 둘 다 요즘 클로드 잘 쓰고 있지?"

둘째: "응."

성이사: "근데 너희 마음속에 한 가지 의문이 있을 거야. '내가 왜 학교를 다니지? 내가 왜 이걸 배우지?'"

두 딸이 동시에 고개를 들었다. 정확히 그 의문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성이사: "그 의문에 대한 답을, 아빠가 줄게."

첫째: (관심을 보이며) "…뭔데."

성이사: "천재가 나타나면, 절대 싸우지 마. 천재를 잘 이용하는 게 이기는 거야."

둘째: "…?"

성이사: "아빠도 그렇게 살았어. 너희 큰아빠가 천재였잖아. S대 공대 가고 석사까지 한. 아빠가 그 형이랑 매번 논쟁하면서 졌어. 어느 날 깨달았지. '아, 이 형이랑 싸우는 것보다, 도움을 받는 게 낫겠다.'"

첫째: "그래서 큰아빠랑 의논 많이 한 거야?"

성이사: "응. 컴퓨터공학과 간 것도, 결혼한 것도, 집 산 것도. 다 큰아빠랑 의논했어. 큰아빠 머리를 빌렸지."

둘째: "근데 그게 왜 우리한테 해당돼?"

성이사: "지금 너희 옆에 천재가 나타났잖아. AI라는 천재가."

두 딸이 서로를 쳐다봤다.

성이사: "아빠가 형을 이용하는 법을 배운 것처럼, 너희도 AI를 이용하는 법을 배워야 해. 싸우는 게 아니라, 친해지는 거야. 그리고 AI를 잘 쓰면, 너희는 너희 옆에 천재가 항상 있는 거야. 24시간."

첫째: "…듣고 보니 그런 것 같네."

성이사: "어쨌든 구독료는 계속 줄 테니까, 잘 써봐. 천재를 옆에 두는 비용은 한 달에 3만 5천원이야. 이건 인생에서 제일 싼 투자 중 하나야."

두 딸이 고개를 끄덕였다.

첫째: "…아빠, 좀 멋지네 오늘."

성이사: (어색하게) "…그렇지?"

둘째: "근데 갑자기 왜 이런 얘기를 해?"

성이사: (잠시 멈췄다가) "…아빠가 갑자기 떠올라서."

거짓말이었다. 작가 성이사가 시킨 것이었다. 하지만 두 딸 앞에서 그것을 인정할 수는 없었다.

 

대화가 끝나고 두 딸이 방으로 돌아갔다. 성이사가 거실로 돌아오자, 투자자 성이사가 박수를 쳤다.

투자자 성이사: "오~ 멋진 아빠 모드. 작가 성이사가 시킨 대로 잘 했네."

작가 성이사: (만족스럽게) "내가 글로 쓴 통찰을 성이사가 입으로 전달했어. 완벽한 협업이지."

투자자 성이사: "야, 작가 성이사. 내가 너 다시 봤다."

작가 성이사: "왜?"

투자자 성이사: (피식 웃으며) "너 진짜 작가야. 가스라이팅 작가."

작가 성이사: "뭐?"

투자자 성이사: "성이사한테 '이거 너의 통찰이야'라고 해서, 결국 자기 통찰처럼 말하게 했잖아. 나는 그걸 가스라이팅이라고 부르는데, 너는 그걸 협업이라고 부르네."

작가 성이사: "그게 작가의 일이야."

투자자 성이사: "뭐가?"

작가 성이사: "다른 사람의 입을 빌려서, 자기 생각을 세상에 흘려보내는 것."

투자자 성이사: "…그게 가스라이팅 정의 아니야?"

작가 성이사: "문학에서는 그걸 화자라고 불러."

투자자 성이사: "…너 진짜 매번 새로운 용어로 빠져나간다."

작가 성이사: "내가 옆에 있어서 다중우주의 어휘력이 풍부해진 거야. 고마워해."

투자자 성이사: "…고맙긴 한데, 그 어휘력이 매번 핑계로 쓰이는 건 좀."

슈퍼 성이사: (어디선가 끼어들며) "근데 진짜 좋은 통찰이긴 했어. '천재와 싸우지 마라. 이용해라.' 나도 이거 적용해야겠어."

투자자 성이사: "어디에?"

슈퍼 성이사: "제선생한테 운동 데이터 분석 받을 때. 제선생이 천재니까, 내가 이용하는 거지."

투자자 성이사: "…너는 이미 잘 이용하고 있잖아. 그래서 신발이 12켤레가 되었고."

슈퍼 성이사: "그건 내가 천재를 잘 이용한다는 증거야."

작가 성이사: (수첩에 적으며) "다중우주의 천재 활용 사례: ① 직장인 성이사 — 클로드 코드로 인사평가 5분. ② 슈퍼 성이사 — 제선생으로 신발 12켤레. ③ 투자자 성이사 — 클선생으로 포트폴리오. ④ 작가 성이사 — 가스라이팅으로 통찰 전파."

 

투자자 성이사: "…가스라이팅을 자랑스럽게 적지 마."

작가 성이사: "자랑 아니야. 기록이야."

투자자 성이사: "기록도 하지 마."

작가 성이사: "기록을 안 하면 작가가 아니야."

투자자 성이사: (한숨) "…그래. 너 작가 해."

 

늘 천재가 있었고, 앞으로도 있을 것이다. 다만 천재의 종류가 형에서 석대표로, 석대표에서 AI로 바뀌었을 뿐.

그리고 그 사이 어딘가에서, 작가 성이사가 가스라이팅으로 통찰을 흘려보내고 있다.

 

<작가성이사의 가스라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