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5. 23. 09:39ㆍ성이사의 다중우주 - 일상 에피소드
토요일 새벽 6시. 알람보다 17분 일찍 깼다.
침실 창문 너머의 공기가 벌써 따뜻했다. 5월 중순인데 30도까지 올라간다는 일기예보를 어제 봤다. 벌써 여름이었다.
이제 한강 라이딩과 러닝은 시간대 전쟁이 시작된다. 아침 9시 전에 끝내거나, 오후 5시 이후에 시작하거나. 그 사이의 시간은 햇볕에게 양보해야 하는 시간이었다.
슈퍼 성이사는 침대에서 일어나면서 양쪽 무릎을 한 번씩 굽혀봤다. 왼쪽 무릎 안쪽 거위발건염이 자리잡았던 그 위치를 검지로 꾹 눌렀다.
통증 0.
3개월간의 걷뛰, 회복 달리기, 일요일 브롬톤 대체 모든 우회로의 끝에 통증이 0이 되었다. 이제 울테그라 Di2 카본 로드의 최대 성능을 낼 수 있는 다리가 돌아왔다.
거실. 보온병에 얼음을 가득 채우고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부었다. 콸콸콸. 다른 보온병에는 이온 음료. 저지 뒷주머니에 들어가는 보급 파우치를 점검했다.
- 에너지젤 × 2
- 액상 마그네슘 × 1
- 크램픽스 × 1
- 휴대용 소금 캡슐 × 1 (여름용 신규 보급)
소금 캡슐은 오늘 처음 추가했다. 30도 라이딩에서는 땀으로 빠지는 나트륨이 크램픽스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작년 여름의 다리 경련이 가르쳤다. 60km를 가는 중간에 종아리가 쥐로 굳으면 길에서 자전거를 세우고 한참을 주물러야 한다. 그 경험을 두 번 한 후, 소금 캡슐이 보급 라인업에 정착했다.
빕숏. 반팔 저지. 헬멧. 클릿 슈즈. 선글라스. 가민. 핸드폰 거치대.
현관문 딸깍. 한 손에 보온병 두 개, 다른 손에 자전거 핸들. 새벽 7시 정각.
한강.
5월 중순. 평속 28km/h. 케이던스 94rpm. 평균 파워 135W. 슈퍼 성이사의 봄철 라이딩이 이번 시즌의 베스트 컨디션에 도달해 있었다.
3월에 처음 카본 로드를 꺼냈을 때를 떠올렸다. 그날 30키로 만에 거위발건염 통증과 종아리 쥐가 동시에 와서, 잠수교를 건너지도 못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클릿을 풀고 한 발로 자전거를 끌면서 돌아오던 그 길. 그 길에 비하면 오늘은 완전히 다른 다리로 타는 라이딩이었다.
시원한 바람이 헬멧을 뚫고 들어왔다. 반팔 저지와 빕만 입고도 춥지 않다는 사실이 5월의 신호였다. 한 달 전만 해도 윈드재킷을 한 겹 더 입어야 했는데.
토요일 아침 한강은 에너지가 가득한 사람들로 채워져 있었다. 러너들, 자전거 라이더들, 보드 타는 사람들, 강아지를 끌고 산책하는 사람들. 모두가 자기 의식을 갖고 하루를 시작하고 있었다.
한강 반포지구와 잠원지구 사이. 슈퍼 성이사의 정해진 보급 포인트다.
자전거를 세우고 빕 뒷주머니에서 에너지젤 하나를 꺼냈다. 쭙. 단맛이 혀에 닿는 동시에 머리가 각성되는 느낌. 카스테라 한 조각. 보온병의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모금. 그르륵. 얼음이 입천장에 닿았다.
봄이면 항상 찾아오던 황사가 올해는 없었다. 하늘이 파랗고 맑았다. 한강 너머로 잠실 롯데타워가 보였다. 평소보다 윤곽이 선명했다.
다시 클릿을 결합. 딸깍. 페달이 발에 단단히 붙는 그 소리가 이번 라이딩 시즌의 시그니처였다.
잠실 방향으로 출발. 평속 28에서 조금씩 속도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속도계를 봤다. 외부 온도 31.4°C.
아직 오전 9시 30분인데 한강 자전거 도로의 아스팔트가 이미 달궈져 있었다. 직사광선이 속도계의 검은 화면을 그대로 덥혀서, 평균 온도보다 더 빠른 수치가 떴다. 그게 다리에도 그대로 전해졌다. 평소보다 5분 일찍 다리에 피로의 첫 신호가 도착했다.
평속이 27.4로 떨어졌다. 26.8. 26.2.
슈퍼 성이사는 그 수치를 보면서도 오늘은 이 정도가 적정선이라고 받아들였다. 한여름 라이딩의 첫 번째 규칙은 지지 마라가 아니라 살아 돌아와라였다. 30도가 넘는 라이딩에서 평속을 억지로 끌어올리려고 하면, 다음 주 컨디션 전체가 무너진다.
오전 10시 17분. 60km 완주. 집 앞 베란다에 자전거를 세웠다.
안방에 들어가 라이딩 복을 빨고 베란다 빨래대에 빕과 저지를 펴서 걸었다. 햇볕에 빠르게 마를 것이다. 샤워. 찬물에서 점점 따뜻하게.
거실 시계 10시 47분.
아내가 거실 소파에 앉아 핸드폰을 보고 있었다.
아내: "왔어? 점심 어떻게 할 거야?"
슈퍼 성이사: (수건으로 머리를 닦으며) "맥도날드 어때?"
아내: "그래. 런치 메뉴 시간 맞춰서 픽업해 올게."
토요일 오전 라이딩의 표준 점심은 맥도날드 런치 메뉴였다. 60km를 달리고 돌아온 몸이 가장 빨리 회복되는 칼로리는 영양학적으로는 옳지 않지만 1955버거와 감자튀김이었다. 비교 대상이 없다.
아내가 차 키를 들고 나갔다. 거실에 혼자 남은 슈퍼 성이사는 소파에 누웠다. 한강 60km를 28km/h 평속으로 타고 돌아온 다리가 이제 명령에서 해제되었다. 다리가 무거워지면서 머리도 같이 가라앉기 시작했다.
오후 내내 나른해질 것이다. 다음 시간은 작가 성이사의 시간이었다.
일요일 아침. 또 6시 알람.
침실 창문이 어제 저녁에 열어둔 그대로였다. 5월 중순인데 새벽 기온이 22도를 넘었다. 이불을 차내고 일어났다. 어제 60km 라이딩 후의 얼굴 부기가 거울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작가 성이사가 라이딩한 날 저녁에 맥주 두 캔 정도를 마시며 나른한 기분을 즐긴 흔적이기도 했다.
공복으로 뛰는 건 무리였다. 부엌으로 가서 바나나 하나와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 탄수화물과 카페인을 채운 채 7시 정각에 집 앞 한강천으로 나갔다.
오늘은 메가블라스트. 슈퍼블라스트 3 옆에서 조용한 둘째 형 같은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신발. 발판이 더 단단하고, 안정감이 좋다. 일요일 회복 러닝용으로 정착했다.
5월 중순의 아침. 햇볕이 평소보다 한 톤 강했다. 그늘진 코스를 골라서 뛰었다.
여름 햇볕에서는 속도가 자연스럽게 떨어진다. 평소 1km 5분 20초가 오늘은 5분 35초. 다리는 가벼웠지만 호흡이 일찍 차올랐다. 햇볕이 폐에 부담을 주는 종류의 더위였다.
몇몇 러닝 동호회 사람들이 무리 지어 달렸다. 다섯 명, 여섯 명씩. 일정한 페이스로. 서로 페이스를 끌어주는 패턴. 그들이 슈퍼 성이사 옆을 훅 지나갔다. 슈퍼 성이사의 페이스보다 한 단계 위.
마음만 먹으면 따라갈 수 있었다. 케이던스를 5% 올리고 스트라이드를 약간 늘리면, 그들의 페이스에 맞출 수 있다. 그러나 슈퍼 성이사는 따라가지 않았다.
오늘은 나의 루틴이다. 나와의 약속만 지키는 날.
7년의 러너가 배운 것 중 하나는 경쟁은 자기 자신과만 한다는 것이었다. 옆 사람과 경쟁하기 시작하면, 한 주의 컨디션이 무너진다. 한 달의 누적이 흔들린다. 7년이 그것을 가르쳤다.
오전 8시 17분. 10km 완주. 집으로 돌아왔다.
가족 누구도 일어나지 않은 아침. 거실은 고요했다. 냉장고 모터 소리만 한 번 가동되었다가 멎었다.
샤워. 물이 평소보다 한 톤 차갑게 느껴졌다. 10km의 땀이 빠르게 씻겨 나갔다. 거실로 나와 노트북 앞에 앉았다.
이제 작가 성이사의 시간이었다.
슈퍼 성이사는 다중우주의 정신과 체력적 안정을 오늘도 지켰다고 생각했다. 이번 주말도 비록 짧지만 루틴이 깨지지 않았다.
다만 한 가지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었다. 장마.
5월 중순이 이렇게 더우면, 6월 말부터 7월 말까지의 진짜 장마는 더 험할 것이다. 비가 며칠씩 이어지는 시즌. 라이딩은 거의 불가능하고, 러닝도 매일은 어렵다. 그렇다고 한 달을 쉴 수는 없었다. 한 달을 쉬면 슈퍼 성이사라는 페르소나가 다음 시즌에 돌아오는 데 두 달이 걸린다.
해결책은 비 오는 날에도 뛸 수 있는 신발. 고어텍스 러닝화.
슈퍼 성이사는 10X 매장 앱을 열었다. 검색창에 고어텍스 러닝화. 결과가 떴다. 아식스 GT-2000 GTX. 호카 클리프턴 9 GTX. 뉴발란스 1080 GTX. 가격대 18~25만 원.
장바구니에 선택된 한 켤레가 담겼다.
투자자 성이사: (어디선가) "야."
슈퍼 성이사: "왜."
투자자 성이사: "또 신발이야?"
슈퍼 성이사: "장마 대비야. 합리적인 보급이라고."
투자자 성이사: "전에 산 카본 슈즈는 언제 신을 거야? 베이퍼플라이 2도 아직 한 켤레 새 박스 그대로 있잖아."
슈퍼 성이사: "그건 레이스용이야. 비 오는 날 카본 신으면 폼이 망가져."
투자자 성이사: "…그러면 베이퍼플라이는 1년에 몇 번이나 신는 거야?"
슈퍼 성이사: "그건 신발장의 전략적 예비 자산이야. 너 알잖아. ETF에도 현금 비중이 있어야 한다며? 신발장도 똑같아."
투자자 성이사: "……."
슈퍼 성이사: (만족스러운 미소) "전략적 예비 자산."
투자자 성이사: "야, 그건 진짜 새로운 단어다. 작가 성이사가 들으면 수첩에 적어둘게 할 단어."
슈퍼 성이사: (결제 버튼을 누르며) "결제할게."
투자자 성이사: "야!"
너무 늦었다. 결제 완료. 카톡 알림.
거실. 햇볕이 베란다 너머로 길게 들어왔다. 5월 중순의 정점. 한강 60km와 한강천 10km로 정비된 다리. 신발장에 새로 추가될 고어텍스 한 켤레.
슈퍼 성이사의 여름 전선은 정비되었다.
투자자 성이사가 어딘가에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소리만 빼면, 모든 것이 제자리였다.

'성이사의 다중우주 - 일상 에피소드' 카테고리의 다른 글
| 키오스크 오피스 (0) | 2026.05.30 |
|---|---|
| AI시대의 생존법 셀프 맞벌이 그리고 다중 페르소나 (0) | 2026.05.23 |
| 코스피 8,000의 시대, AI 투자 리스크와 기회 사이 (0) | 2026.05.23 |
| 전사 AI 대시보드와 임원 그리고 우리의 상사는 클부사장. (0) | 2026.05.23 |
| 맞서지 마라. 천재(AI)는 이용하는 것이다. (0) | 2026.05.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