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6. 6. 10:38ㆍ성이사의 다중우주 - 일상 에피소드
슈퍼 성이사는 직장인 성이사가 AI 영상에 몰입하는 일주일을 옆에서 응원하며 지켜봤다.
직장인 성이사가 밤마다 파이널컷 타임라인과 씨름하는 동안, 슈퍼 성이사는 러닝과 라이딩을 양보했다. 이번 주는 직장인 성이사의 주였다. 슈퍼 성이사는 그 양보를 기꺼이 했다.
직장인 성이사의 도전을 보며, 슈퍼 성이사는 자기가 했던 큰 도전들을 회상했다.
하프마라톤 완주. 자전거 국토종주. 그중에서도 가장 또렷하게 떠오르는 추억은, 동해안 자전거 국토종주였다.
동해안 국토종주길은 경북에서 강원도로 이어진다.
해안가를 따라 자전거를 타는 낭만이 있다. 그러나 동시에 낙타등이 심해서, 자전거 국토종주 코스 중 가장 악명 높은 코스이기도 했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끝없이 반복된다. 한 언덕을 넘으면 또 한 언덕. 내리막인가 싶으면 다시 오르막.
그런데 슈퍼 성이사는 특이한 관점에서 이 종주를 나섰다.
슈퍼 성이사가 목표로 삼은 것은, 특정 장소였다. 그 장소의 이름은 임원.
임원.
삼척시에 있는 항구의 이름이다. 정식 명칭은 삼척시 임원항. 경북에서 강원도로 이어지는 동해안 국토종주길 위의 한 코스다.
그런데 이 지명이, 직장 생활의 별인 임원과 같은 이름이었다.
슈퍼 성이사는 이 우연에서 하나의 서사를 발견했다.
동해안 국토종주길이 오르고 내리고를 반복하는 것은 직장에서 임원이 되는 과정과 닮았다. 그리고 임원항을 지나 계속 가는 길은 임원이 되고 나서 버티며 사는 시간과 닮았다.
그래서 슈퍼 성이사는 코스를 두 개의 테마로 나눴다.
- 경북 영덕 → 삼척 임원: 임원이 되는 과정.
- 임원항 → 고성 통일전망대: 임원으로 버티는 시간.
나름의 서사가 있었다. 슈퍼 성이사가 도전할 만했다.
기동성을 위해, 슈퍼 성이사는 로드 대신 브롬톤을 가져갔다. 로시난테. 슈퍼 성이사의 폴딩 자전거. 고속버스에 접어서 실을 수 있는 작지만 단단한 노새.
고속버스로 영덕 터미널에 내렸다. 브롬톤을 펼쳤다. 딸깍. 영덕 해맞이공원에서 출발.
영덕 → 울진 → 삼척 임원.
동해안은 절경이었다. 푸른 바다가 오른쪽으로 끝없이 펼쳐졌다. 해안 절벽. 갈매기. 짠 바람. 그러나 온몸의 근육이 비명을 질렀다.
오르막은 세다가 포기할 정도로 많았다. 한 언덕을 넘으면 또 언덕. 페달을 밟는 허벅지가 타들어갔다. 간혹 끌바를 했다. 자전거에서 내려, 자전거를 끌고 언덕을 오르는 것. 클릿 슈즈로 아스팔트를 디디며, 브롬톤을 끌고 올라가는 슈퍼 성이사의 등판이 땀으로 흠뻑 젖었다.
새벽에 출발해, 저녁에 임원항에 도착했다.
임원항의 작은 모텔. 슈퍼 성이사는 그날의 추억을 작가 성이사에게 선물했다. 맥주 한 캔과 함께.
작가 성이사가 그날 밤 모텔 창밖의 임원항 야경을 보며, 맥주를 마시며 한 마디를 남겼다.
작가 성이사:
작은 언덕이 지나면 또 나오는 언덕.
이제 내리막이다 싶으면 또 시작되는 언덕.
그 사이에 보이는 해안가의 절경.
다 때려치울까 하다가 가족을 보며 다시 출근하는 성이사의 인생과,
이 동해안 국토종주는 닮았네.
그리고 우리는 오늘, 드디어 동해안 자전거 길의 별, 임원에 도착했네.
나는 직장의 별인 임원인데,
오늘은 임원이 임원에 모이는 특별한 날인가.
축하하며, 축배를 올려보세.
작가 성이사는 맥주를 벌컥 들이켰다. 임원항의 밤이, 그렇게 깊어갔다.
다음 날. 슈퍼 성이사는 다시 페달을 밟았다. 임원항 → 정동진.
이 구간이 지옥이었다.
전날의 피로가 다리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런데 강원도 동해안 코스는 경북만큼 심한 낙타등이었다. 오르막의 경사가 더 가팔랐다. 끌바의 횟수가 더 늘었다. 슈퍼 성이사는 임원이 되어서도 힘든 건 마찬가지라는 것을, 다리로 느꼈다.
임원이 된 후에도, 삶은 계속 오르막과 내리막이다. 임원의 구력으로 그 오르내림을 버티는 것 그것이 직장 생활이었다.
정동진을 지나, 강릉 경포대에 도착하면서 비로소 잠깐의 여유를 찾을 수 있었다. 경포대의 평탄한 해안 도로. 그동안의 낙타등이 거짓말처럼 사라진 평지. 슈퍼 성이사는 임원이 된 지 한참 지나 어느 정도 자리가 잡힌 시기가 이런 평지 같을 거라고 생각했다.
슈퍼 성이사는 속초에서 하룻밤을 더 잤다. 다음 날, 고성 통일전망대를 끝으로 동해안 자전거 국토종주를, 아니 슈퍼 성이사식 임원 여행을 마쳤다.
고성 통일전망대. 한반도 동해안의 가장 북쪽. 더 이상 갈 수 없는 끝. 그 너머는 갈 수 없는 땅이었다.
슈퍼 성이사는 통일전망대에서 자전거를 멈추고, 바다를 봤다.
임원이 되어서 편한 날이 있었나.
영덕에서 시작해 고성까지. 임원이 되는 과정도, 임원으로 버티는 시간도 모두 오르막과 내리막의 연속이었다. 편한 날은 경포대 같은 짧은 평지뿐이었다. 그리고 그 평지마저, 다음 오르막을 위한 잠깐의 숨 고르기였다.
브롬톤을 접어 고속버스에 싣고 돌아오는 길.
슈퍼 성이사는 창밖의 동해안을 보며 한 가지를 정리했다.
직장인 성이사가 이번 주 AI 영상에 몰입하는 모습은 또 하나의 낙타등이었다. 영어를 못한다는 오르막. 울렁증이라는 오르막. 일주일 안에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는 가파른 경사. 직장인 성이사는 그 언덕을 끌바로라도 넘고 있었다.
슈퍼 성이사가 동해안에서 임원항을 향해 끌바를 했던 것처럼, 직장인 성이사도 자기만의 임원항을 향해 끌바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슈퍼 성이사는 자기 역할을 알았다.
직장인 성이사가 언덕을 넘는 동안, 슈퍼 성이사는 건강한 육체의 에너지로 다중우주를 떠받친다. 매일 한강을 달리고, 주말마다 라이딩을 하고, 가끔 국토종주 같은 큰 도전으로 몸의 한계를 갱신한다.
이 건강한 육체 에너지가 성이사의 다중우주를 지탱하는 정신적 지주가 되지 않을까. 직장인 성이사가 흔들릴 때, 투자자 성이사가 불안할 때, 작가 성이사가 백지 앞에서 막힐 때 슈퍼 성이사가 다리로 다져놓은 단단함이, 다중우주 전체의 바닥을 받친다.
임원이 되어서 편한 날은 없었다.
그러나 매일 다리를 단련한 사람은, 어떤 낙타등도 끝내 넘는다.
고속버스가 서울로 들어섰다. 슈퍼 성이사의 다리에는 동해안의 낙타등이 근육의 기억으로 새겨져 있었다. 그 기억이, 다음 번 직장인 성이사의 언덕에서 다시 힘이 될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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