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2. 3. 08:40ㆍ심리
세상을 살다 보면 유독 ‘길게 보는’ 사람을 만나게 된다. 단기적인 이익이나 빠른 결실 대신, 멀리 내다보고 꾸준히 자기 길을 걸어가는 이들이다. 재테크나 직장생활, 심지어 스포츠에 이르기까지, 이들은 보통 눈에 잘 띄지 않다가 시간이 흐를수록 큰 성과를 내거나 주위로부터 존경받는 경우가 많다. “결국 길게 보는 사람이 이긴다”는 말이 결코 빈 말이 아님을 여러 사례가 말해준다. 이번 글에서는 장기적인 시각이 주는 강점을 역사적 이야기, 투자와 직장, 스포츠 사례를 통해 풀어보고자 한다.
긴 안목이 성패를 가르는 이유 중 하나는 시간이라는 자원을 아군으로 만드는 힘에 있다. 사람들은 흔히 짧은 기간 안에 성과를 얻으려 하지만, 세상의 많은 변화와 기회는 빨리 결론이 나지 않는다. 역사적 사례만 보더라도, 오랜 시간에 걸쳐 천천히 쌓아 올린 성취물이 훨씬 더 견고하게 자리 잡는다. 대표적인 예로 유럽의 중세 시대 대성당 건축을 떠올릴 수 있다. 건축 기술이 지금처럼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 웅장한 대성당을 짓기 위해서는 수십 년, 길게는 백 년 이상이 걸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설계자나 건축가는 자신이 완공을 보지 못할 수도 있었지만, 다음 세대가 이어서라도 “언젠가 완성될 걸작”을 위해 한 장 한 장 돌을 쌓아 올렸다. 그 결과는 시간이 흐른 뒤에도 찬란하게 빛나며, 사람들의 문화적·종교적 중심지로 남았다.
장기 투자의 대표 주자라고 불리는 워런 버핏의 일화 역시 유명하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투자에 눈떴지만, 단기 차익을 노리기보다는 기업의 근본 가치와 미래 비전을 보고 주식을 매수한 뒤 오랜 기간 보유하는 방식을 택했다. 미시적으로 보면 시장 상황에 따라 주가가 오르고 내리는 타이밍에 민감해질 수밖에 없지만, 버핏은 “비즈니스를 사고 있다”는 철학으로 때로는 주가가 하락할 때조차 사들여 결국 시간이 흐른 뒤 크게 이익을 얻었다. 이는 눈앞의 손익보다 기업의 장기적인 가능성을 믿고, 오랜 시간 기다릴 수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많은 전문 투자자들이 짧은 기간에 대박을 낼 수도 있겠지만, 꾸준하고도 안정적인 부를 획득하는 것은 역시 장기적 안목을 가진 사례에서 찾기가 훨씬 쉽다.
직장생활에서도 길게 보는 사람이 결국 성공하는 경우를 자주 본다. 성과가 보이지 않는다고 금세 회사를 떠나거나, 조금이라도 조건이 좋은 곳이 눈에 보이면 바로 이직을 고민하는 사례가 드물지 않다. 물론 빠른 이직으로 새로운 기회를 찾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그러나 한 회사에서 오랫동안 근속하면서 전문 분야를 확고히 쌓고, 조직문화와 인간관계에서 신뢰를 구축하며 자신의 존재감을 확립하는 사람을 보면, 세월이 흐를수록 조직 내에서 독보적인 위치가 되어간다. 예를 들어, 어떤 기업의 연구개발 부서에서만 십수 년간 일해 온 베테랑 연구자가 있다고 생각해 보자. 단기간에 보기엔 조용하고 눈에 띄지 않는 사람일지 몰라도, 기술적 노하우와 넓은 네트워크, 회사 내부 프로세스에 대한 이해를 두루 갖추고 있어 회사가 결정적 난관을 맞았을 때 ‘키 플레이어’가 될 수 있다. 이렇게 축적되는 장기적 경력은 돈이나 직함 이상의 가치를 발휘한다.
역사를 조금 더 살펴보면, 로마 제국의 흥망성쇠에서도 장기적 시야가 얼마나 중요한 요소였는지 발견할 수 있다. 로마 초창기에 공화정은 시민과 귀족들이 점차 제도의 기반을 다지며 팽창을 꾀했다. 단숨에 영토를 크게 늘리고 싶은 유혹이 있었지만, 군사 제도와 행정 체계를 서서히 정비한 다음에야 제국이 본격적으로 확장에 성공했다. 반면 말기에 이르러 황제들이 단기적 인기나 즉각적인 권력 유지를 위해, 근본적인 제도 개혁 없이 무리하게 세금을 걷고 군비를 늘리면서 사회적 불만이 커지고 내부가 붕괴했다. 결국 로마도 애초에 쌓아 올린 견고한 체계를 더디게 갉아먹으며 최종적으로 몰락하게 되었다. 이는 장기적 관점 없이 무리한 확장과 즉각적인 이득만 쫓으면, 결국 기반이 무너져 쉽게 무너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동양의 역사에서도 비슷한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명나라와 청나라가 교체되는 격동의 시기를 보면, 명나라는 많은 부분에서 제도적 부실이 누적되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근본적으로 개혁하지 않았다. 단기적 처방(임시 세금 확대, 부패 관리 처벌) 정도로 문제를 막으려 했지만, 결국 이 문제가 쌓여 폭발해 버렸다. 반면 초기 청나라는 오랜 시간 내부를 정비하고 한족 문화를 수용하는 등 비교적 긴 안목으로 새로운 체제를 정비하면서 점차 역량을 키워 갔다. 물론 청나라 역시 말기에 이르러서는 서구 열강의 침략과 내부 부패로 흔들리긴 했지만, 역사적으로 한 시대를 잇는 큰 전환점에서는 늘 긴 안목을 갖춘 집단과 그렇지 못한 집단 간의 성패가 극명하게 갈린다.
스포츠 분야에서도 이 원리는 상당히 설득력 있다. 야구에서 타율이 높은 선수가 안정적인 안타를 자주 치긴 하지만, 홈런을 때릴 수 있는 ‘장타자’는 결정적인 상황에서 흐름을 뒤집고 승부를 가른다. 시즌이 길게 이어지는 프로야구의 특성상, 한두 경기에서 높은 타율을 기록하는 선수보다도 팀 전체를 이끄는 분위기 메이커가 되는 홈런타자가 더 크게 주목받고 높은 연봉을 책정받는다. 경기라는 틀을 길게 봤을 때, 위기 상황을 타파해주는 강한 한 방이 팀 승률과 팬들의 관심도 모두 바꿔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두 번의 삼진에 일희일비하기보다, 최적의 타이밍에 강력한 스윙으로 홈런을 만들어내는 장타자는 긴 시즌 끝에 더 높은 평가를 받는다.
결국 길게 본다는 것은 단순히 “오래 버틴다”는 의미만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그 과정에서 자기 성장과 변화도 함께 이뤄나가야 한다. 역사에 등장하는 위인이나 기업가, 혹은 스포츠 스타가 단지 오래 있었다고 해서 성공한 것이 아니라, “장기적 시각을 가지고 꾸준히 발전하는 노력”을 포기하지 않았기에 승리할 수 있었다. 시시때때로 흔들리는 세상의 흐름 속에서도 기회가 찾아오는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면,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기반을 착실히 다지는 태도가 필수적이다.
투자를 예로 들면, 몇 번 하락장을 경험하며 무너지지 않고, 기업의 체질과 시장의 방향성을 읽어내면서 조금씩 지분을 늘려가다가 결국 높은 수익률을 거두는 경우가 많다. 직장인이라면, 매일 반복되는 작은 업무라도 개선해보고, 새로운 역량을 키워보려는 시도로 미래를 준비해둘 수 있다. 열심히 준비해놓은 사람은 예상치 못한 프로젝트나 인사 이동이 왔을 때 누구보다도 빠르게 적응하며 자신의 기회를 잡는다. 모든 것은 길게 보는 시각과 결합되어야만 시너지를 낸다.
이렇듯 긴 안목을 가진 사람들의 공통점은 “시간이 언젠가 내 편이 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눈앞의 유혹이나 한순간의 성패에 지나치게 흔들리지 않고, 나름의 원칙과 가치관을 지키며 나아간다. 당장은 세간에 드러나는 화려함이나 단기적 보상이 없을 수도 있지만, 인생과 역사는 그런 ‘느리지만 단단한 발걸음’을 결코 배신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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