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대회에서 오버페이스를 부르는 ‘대회 뽕’, 어떻게 피할까?

2025. 2. 3. 07:59운동

대회만 가면 페이스가 무너지는 이유

마라톤 대회에 참가해본 사람이라면, 평소 훈련에서는 잘 조절하던 페이스가 실전 대회에만 가면 지나치게 빨라지는 현상을 한 번쯤 겪었을 것이다. 흔히 **‘대회 뽕’**이라고도 불리는 이 현상은, 대회 당일의 특수한 분위기심리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발생한다.

  • 흥분과 기대감: 수많은 참가자와 관중이 함께 모여 열띤 분위기를 만들어내면, 몸이 전보다 가벼워지고 더 빨리 달릴 수 있을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 경쟁 심리: 함께 달리는 사람들 중 일부가 나보다 앞서 달리면, ‘나도 뒤처질 수 없다’는 마음으로 무리하게 페이스를 올리게 된다.
  • 애드레날린 분비: 스타트 라인에 선 순간부터, 몸에서는 긴장과 흥분 호르몬이 대량 분비된다. 이로 인해 순간적으로 힘이 ‘펑’ 하고 솟는 듯한 기분이 들지만, 실제로는 신체에 과부하가 걸리는 상황이다.

‘대회 뽕’을 일으키는 주요 심리 요인

사회적 촉진(Social Facilitation)

심리학에서 **‘사회적 촉진’**이란 다른 사람들이 주변에 있을 때 수행 능력이 높아지는 현상을 말한다. 마라톤 대회에서 수많은 러너와 관중의 응원은 의식적으로나 무의식적으로 러너의 자기 효능감을 높이고, 더 잘 달릴 수 있다는 착각을 유발한다.

집단 몰입(Group Flow)

큰 대회에 참여하면, 그곳의 분위기와 응원 소리에 휩쓸려 집단 몰입(Flow) 상태에 들어서기 쉽다. 이 상태에서는 평소보다 체감 피로도가 낮게 느껴지고, 페이스를 과도하게 끌어올려도 괜찮아 보인다.

비교 의식(Comparison Effect)

함께 달리는 사람들을 끊임없이 의식하게 되는 것도 한 몫한다. 옆에서 나보다 조금 빠른 페이스로 달리는 사람이 있으면, “나도 저 정도는 달려야지” 하는 무리한 욕심이 생긴다.


오버페이스의 위험성

  1. 체력 고갈 및 부상 위험: 초반부터 무리한 속도로 달리면, 중·후반에 체력이 급격히 떨어져 부상의 위험이 높아진다.
  2. 페이스 균형 붕괴: 오버페이스로 달리다 보면, 호흡이 가빠져 본래의 달리기 리듬을 잃게 된다.
  3. 기록 하락 및 완주 실패: ‘대회 뽕’에 취해 초반 속도를 내다가 후반부에 지쳐버리면, 결국 완주 시간이 더 늘어나거나 최악의 경우 **DNF(완주 실패)**가 될 수도 있다.

오버페이스를 예방하는 방법

대회 전까지 ‘목표 페이스’를 각인시키기

  • 평소 훈련에서 목표 페이스를 이미 충분히 연습하고 몸에 익혀둔다.
  • 대회 하루 전에는 가볍게 조깅하며 **‘이 정도 스피드로 달려야지’**라는 리듬을 다시 떠올린다.

GPS 시계나 앱으로 초반 속도 체크

  • 대회 초반(특히 1~3km 구간)은 흥분이 최고조에 달하므로, GPS 시계스마트폰 앱을 보며 의도적으로 속도를 조금 낮추는 연습을 한다.
  • 평소 훈련 때보다 약간 느리게 시작하는 것이 후반 레이스에서 더 큰 이점을 준다.

주변 상황보다 자기 호흡과 리듬에 집중

  • 다른 사람들의 페이스나 관중의 함성에 과하게 반응하지 않도록, 호흡자기 몸 상태에 집중한다.
  • “지금 숨이 너무 가쁘지는 않은가?” “근육이 힘에 부치지 않는가?” 같은 질문으로 실시간 체크를 해본다.

중·후반을 위해 에너지를 남겨두기

  • 마라톤은 결승선까지의 전체 거리가 중요하다.
  • 하프 이후, 혹은 30km 벽을 넘어서는 지점에서의 체력 여분이 기록 향상에 크게 기여한다.
  • 처음부터 전력으로 달리기보다, 70~80% 정도의 힘으로 유지하다가 후반부에 남은 힘으로 페이스를 올리는 전략이 더 효과적이다.

실전 팁: 대회 당일의 마음가짐

  1. 대회장에 일찍 도착해 분위기에 익숙해지기
    • 갑자기 몰려오는 긴장과 흥분을 줄이려면, 시간적 여유를 두고 현장에 도착해 가벼운 스트레칭을 하며 현장 분위기를 미리 체감한다.
  2. 혼자만의 ‘루틴’ 갖추기
    • 예: 물 충분히 섭취 → 스트레칭 → 5분~10분 워밍업 조깅 → 다시 호흡 정돈.
    • 이런 개인 루틴이 확립되면, 주변 상황에 휩쓸리지 않고 자기 페이스를 유지하기 쉬워진다.
  3. 스스로 다독이기
    • “초반에 천천히 가도 결승선은 변함없이 기다린다.”
    • “나는 내 목표 페이스를 알고 있다.”
    • 부정적인 신호를 느끼면 즉시 속도를 확인하고, 관중 함성에 쓸려가지 않도록 의식적으로 말해본다.

마무리: 대회를 즐기되, 욕심이 부상과 좌절을 부르지 않게

‘대회 뽕’이란 말이 있듯, 마라톤 대회에서는 평소 기량 이상을 발휘하고픈 욕심이 폭발적으로 솟구친다. 열띤 응원, 집단적인 분위기, 경쟁심이 어우러져 몸이 가벼워진 듯 느껴지는 순간을 만끽하는 것도 러닝의 묘미일 수 있다. 그러나 그 감정에 완전히 휩쓸려 초반부터 무리하면, 중·후반에 지쳐 대회 전체를 망칠 수 있다.

결국 꾸준한 훈련과 정신력, 그리고 자기 페이스를 지키려는 의식적 노력이 중요한 열쇠가 된다. 대회 분위기를 즐기면서도, 평소 훈련에서 익힌 자신만의 속도와 리듬을 잊지 않는다면 오버페이스 없는 레이스를 펼칠 수 있을 것이다. 대회가 끝난 후에 “좀 더 조절했으면 완주 기록이 좋았을 텐데” 하고 후회하는 대신, 오랜 기간 훈련해 온 결과를 제대로 발휘하는 성취감을 맛보길 바란다.

 

마라톤 오버페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