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3. 24. 07:56ㆍ구매경험
얼마 전 나는 긴자에서 일본 파트너사들과 오랜만에 회포를 풀었다. 비싼 사케와 생맥주를 연거푸 마신 탓에 취기가 올랐고, 우리는 정신없이 웃고 떠들며 긴자의 밤거리를 방황했다. 그러던 중 무의식적으로 들어간 긴자 돈키호테에서 텐가 6개 세트를 단돈 4만 원대에 파는 걸 발견했다.
술기운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묘한 충동이었을까? 호기롭게 계산대 앞에 섰고, 그렇게 텐가 세트를 사버리고 말았다. 다음 날 아침, 눈을 뜨자마자 심한 두통과 함께 나를 엄습한 것은 강렬한 후회였다.
‘대체 내가 무슨 정신으로 텐가를 6개나 샀지?’
머릿속이 하얗게 비었고, 당장 어떻게 한국으로 가져갈지 걱정이 몰려왔다. 부랴부랴 세관법을 검색하니, 성인용품 자체는 일반적인 개인 휴대품으로 간주되어 통관이 가능하지만, 문제는 수량이었다. 두 개 정도는 개인 용도로 묵인되지만, 그 이상의 다량 반입은 상업적 목적으로 간주돼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글도 발견했다.
게다가 텐가와 같은 성인용품에 포함된 윤활젤은 액체류로 간주되어 100ml 초과 시 기내 반입이 엄격히 금지된다는 점을 확인했다. 이것이 기내 수하물로 가지고 탑승했다가는 X-레이 검사 과정에서 텐가가 공개적으로 꺼내질 수 있다는 끔찍한 상상에 등골이 서늘해졌다. 세관검사 시 액체류 관련 법률 위반으로 인해 상세한 짐 검사와 함께 수치스러운 경험을 할 수도 있다고 했다.
긴급히 방법을 찾던 나는 결국 다시 긴자 돈키호테로 돌아가, 얇고 화려한 돈키호테 전용 기념품 가방을 1만 원 주고 구입했다. 간단한 출장이라 배낭 하나로 가볍게 온 탓에 텐가 세트를 수화물로 부치려면 별도의 가방이 필요했다.
‘애초에 왜 이런 짓을 해서…’
존재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과 강한 현타가 몰려왔지만, 여기서 포기하면 텐가 가격에 가방 값까지 날리는 손해에다, 세관 통과라는 특별한 경험까지 놓치는 것 같았다. 결국 과감히 도전을 결심하고 텐가 세트를 돈키호테 가방에 담아 하네다 공항으로 향했다.
평소엔 자동발권기를 이용해 신속히 수속을 마치고 입국장에 들어갔지만, 이번엔 수화물을 부쳐야 해서 불안한 마음으로 항공사 카운터가 열릴 때까지 초조하게 기다렸다. 카운터 직원이 내 돈키호테 가방을 컨베이어벨트로 밀어 넣는 순간까지 긴장이 극에 달했다.
탑승 수속 후에도 수화물이 걸릴까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계속 주변을 살폈지만, 별다른 호출은 없었다. 출국장 안에서 점심을 먹으며 마음을 달래려 했지만 식욕도 제대로 나지 않았다.
마침내 비행기가 김포공항에 착륙했고, 긴장감이 다시 밀려왔다. 입국 심사를 통과한 후 짐 찾는 컨베이어벨트 앞에서 기다릴 때마다 혹시라도 내 돈키호테 가방에 빨간 락이 걸려 나오지 않을까 가슴이 두근거렸다. 하지만 놀랍게도 가방은 아무런 표식 없이 무사히 도착했다.
세관 신고대 앞에 서서, 나는 평정심을 가장하며 당당히 걸어 나갔다. 텐가 6개가 담긴 돈키호테 쇼핑백을 들고 세관원을 스쳐 지날 때의 기분은 묘하게 짜릿했다.
지나고 나니, 불필요하게 걱정을 너무 많이 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버리고 왔으면 잃었을 돈과 무엇보다 귀중한 통관 경험을 얻었다는 만족감이 밀려왔다. 물론 다음부터는 술김에 충동구매는 절대 하지 않겠다는 교훈도 확실히 얻었다.
어쨌든, 미풍양속을 해치지 않는 성인용품을 성인이 사는 건 문제가 없다는 걸 몸소 체험한, 잊지 못할 일본에서 구입한 텐가 통관 대모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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